[BIFF 개막①] "썩은 나무가 살아남는다"…22돌 BIFF, 숙제 풀고 축제 될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13 07: 00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식으로 총 10일 간의 영화 축제의 닻을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고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사회를 맡은 장동건과 소녀시대 윤아를 시작으로 손예진, 김해숙, 김래원, 문소리, 박성웅, 윤계상, 서신애, 최민호(샤이니 민호), 윤승아, 문근영, 김태훈, 아오이 유우, 나카야마 미호, 아베 사다오, 올리버 스톤 감독 등 국내외 영화인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75개국 300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및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0편, 월드 프리미어 9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1편 등이 부산 내 영화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두고 불거진 부산영화제의 위기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영화인들은 보이콧을 철회했고, 전면 불참을 선언했던 각 영화단체 역시 조합원들의 자율 참석 의지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현재의 부산에서는 영화 축제를 방불케했던 예전의 분위기를 찾을 수는 없다.
올해는 김동호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겸 배우 강수연이 이끄는 마지막 영화제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다이빙벨'의 상영 금지로 시작된 부산영화제 파행 사태에 대한 두 사람의 미온적인 대응과 유감을 표명하며 책임을 물었고,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식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주장했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 8월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는 개최돼야 한다는 확신에서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개최하고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개막작인 '유리정원'(신수원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어볼 수 있었다. 감독조합의 보이콧을 언급한 신 감독은 "개막작 초청은 감독 조합의 보이콧이 결정되기 전에 결정된 상황이었다. 참석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부산영화제가 외압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계속 지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시아의 최대 영화제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본이 돕지 않는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는 영화제의 의미는 지속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부산영화제가 계속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오늘까지 키워주신 것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는 영화와 관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어떤 경제적인 상황이 되든지 간에 영화제의 주인은 온전히 영화와 관객이다"라며 "앞으로 10년, 50년, 100년 후에도 우리의 상황이 감히 어떻게 변할지 예언할 수 없지만, 감독님의 이런 아름다운 영화가 계속 나와준다면 이런 아름다운 영화제를 지켜야 하고, 온전한 정신의 부산영화제를 길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은 이날 "부산영화제도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저희 영화에서도 썩어가는 나무가 나온다. 그러나 어떤 나무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숲에서 살아남는다"며 "이 무대는 스태프들과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무대라고 생각한다. 22살이 된 청년영화제에 저희 영화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죽어가는 듯 보이는 영화제라고 할지라도, 22돌을 거쳐온 강한 생명력으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라는 의미와 품격을 찾으리라는 믿음과 응원이 낳은 발언이었다. 
과연 22회 부산영화제는 해묵은 숙제를 풀고 축제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부산영화제가 맞닥뜨린 최대의 난제다. /mari@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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