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기다림이 단 한 이닝에 무너졌다. 5회 일곱 점을 내주는 순간 롯데의 가을도 저물었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NC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0-9로 패했다. 0-0으로 팽팽하던 5회, 5피안타 4볼넷으로 7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롯데의 2017 시즌은 이날로 마감됐다.
여러 모로 아쉬운 순간이었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로 박세웅을 내세웠다. 4차전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8이닝 1실점)을 4일 휴식으로 당겨쓰며 급한 불을 끈 상황. 브룩스 레일리는 2차전 선발로 나서 부러진 방망이에 강타당하며 시리즈 아웃 상황이었다.
결국 1군 데뷔 3년차 박세웅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박세웅은 기대 이상이었다. 1회 선두 김준완에게 우선상 안타를 내줬으나 박민우를 중견수 직선타로 솎아내며 한숨 돌렸다. 이어 나성범과 재비어 스크럭스를 연달아 삼진 처리. 2회에는 안타, 3회에는 2사사구를 내줬으나 실점은 없었다.
4회부터 조금씩 불안감이 노출됐다. 2아웃을 깔끔하게 잡았으나 손시헌과 김태군에게 연이어 우전 안타를 헌납했다. 김준완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공이 높게 제구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박세웅은 0-0으로 맞선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 불펜은 비어있었다. 박세웅은 선두 박민우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제서야 조정훈이 부랴부랴 몸을 풀었다. 박세웅은 후속 나성범과 스크럭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선취점을 빼앗겼다. 0-1로 뒤진 5회 무사 1·3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조정훈이 올라왔다.
조정훈은 첫 타자 모창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허용으로 만루에 몰렸다. 이어 이호준에게는 중전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두 점 차로 불어난 상황.
조정훈은 권희동을 3루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5회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손시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홈인, 0-3 열세.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조정훈은 김태군에게 볼넷 허용으로 만루에 몰렸고, 김준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좀처럼 영점이 잡히지 않는 모습. 스코어는 0-4까지 벌어졌다.
조정훈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좌타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 이명우가 등판했지만 박민우(1타점)와 나성범(2타점)에게 연이은 적시타 허용. 스코어는 0-7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운 순간이었다.
조정훈은 2010시즌 종료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상에서 허덕이며 은퇴 이야기까지 거론됐던 상황. 조정훈은 인간 승리 드라마를 쓰며 올 7월께야 1군에 돌아왔다. 부상 탓에 몸 풀리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조정훈의 연투를 최대한 피하는 등 그를 배려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황급히 투입했고, 조정훈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1피안타 3볼넷으로 4실점했다.
투수교체는 늘 결과론이지만 박진형 카드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이명우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피안타로 3실점한 장면이 롯데에게는 뼈아팠다. 박진형은 스코어가 0-7까지 벌어진 6회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위용을 뽐냈다.
악몽같던 5회가 지나자 일부 롯데팬들은 짐을 싸 사직야구장을 떠났다. 2012시즌 이후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던 롯데. 5년 만에 맞이한 가을 축제는 단 한 이닝에 저물었다. /ing@osen.co.kr
[사진] 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