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뜨거운 여름, 허무한 가을…더 바빠질 겨울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16 13: 00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지만 가을을 허무하게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더 바빠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롯데는 지난 15일, NC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0-9로 완패를 당했다. 시리즈 전적 2승3패. 준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이로써 5년 만에 맞이한 설렜던 가을야구는 막을 내렸다.
사실 마지막 5차전의 경기 결과에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며 시즌을 달려왔다. 모두가 지쳐 쓰러지는, 체력적으로 험난한 여름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다. 전반기 41승44패1무 7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된 후반기, 39승18패 1무의 폭발적인 질주로 정규시즌 성적 3위로 마무리 했다. 최종 성적은 80승62패 2무. 구단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 올해 나왔다. 그만큼 롯데의 여름은 뜨거웠고,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동안 반복됐던, 포스트시즌에서 롯데의 역사는 바뀌지 않았다. 3위로 지역 라이벌 NC까지 끌어내리고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지만 결국 NC에 발목을 잡히면서 다시 한 번 포스트시즌 첫 번째 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했다.
마무리가 허무하기에 뜨거웠던 여름이 빛이 바랠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올 시즌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호성적을 거뒀다. 사직구장에는 다시 관중들이 들어찼고. 가을야구 복귀와 함께 5년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롯데의 시즌이 끝난 지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롯데는 어쩌면 시즌보다 더 바빠질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일단 사령탑의 거취다.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제 17대 감독으로 취임한 조원우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모두 끝난다. 사령탑으로 처음 맞이한 롯데에서 2년 간 288경기 146승140패 2무의 성적을 거뒀다. 앞선 2명의 감독이 모두 실패했던 가을 야구를 올려놓은 공로는 구단 역시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또한 구단 역사상 시즌 최다승 기록을 이끈 감독이기에 재계약을 안길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아쉬운 결단력, 그리고 2년간 거둔 성적에 비해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발휘하지 못한 점 등은 조원우 감독의 저평가가 이뤄지는 요소 중 하나다.
감독 재계약 이후에는 선수들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롯데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돈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내부 FA들이 워낙 많다. 그것도 거물급 들이다. 일단 2013시즌을 끝내가 4년 75억 원 계약을 맺은 주전 포수 강민호가 두 번째 FA 계약을 맞이한다. 그동안 팀 내에서 독보적으로 커진 강민호의 존재감, 이전과는 다른 FA 시장에서의 열기에 강민호에 얼마를 쥐어줘야 할 지부터가 고민이다.
여기에 외야수 손아섭도 FA 자격을 얻는다. KBO리그에서 교타자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손아섭과의 계약 여부도 관심사다.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관심이 있는 손아섭이기에 구단의 적극적인 어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도전 이후 국내 복귀를 선언한 내야수 황재균과 최준석, 문규현 등 잡아야 할 내부 FA 자원들이 즐비하다. ‘최소 30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구단은 일찌감치 가을야구 성적 여부에 따라 FA 시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을 정해 놓았다. 여전히 그룹의 지원금이 필요한 구단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가을야구에서의 성적이 기대보다는 못 미쳤다. 정규시즌 성적은 그룹 본사에 충분히 어필을 할 만하지만, 그 후에 보인 모습은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 롯데가 얼마나 돈을 풀 수 있을지도 올 겨울 롯데가 관심 구단으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의 더 바빠질 겨울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 화려했던 시즌과 아쉬웠던 가을야구를 뒤로 하고 겨울의 성적표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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