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퇴폐미만?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김재욱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10.16 16: 29

배우 김재욱에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퇴폐미'다. 올 초 방영된 OCN '보이스'에서 모태구가 잔인한 악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김재욱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단순히 '잘생겼다'가 아닌, 그가 완성하고 있는 우아하면서도 한편으론 쓸쓸해보이는 이미지는 그간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더욱 선명해졌다. 
그래서 그가 현재 출연중인 SBS '사랑의 온도' 속에서도 '퇴폐미'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의 친한 동생이자 드라마 PD인 준하(지일주 분)는 소파에 누워 있는 정우(김재욱 분)을 보며 "형에겐 퇴폐미가 있어"라는 말을 했다. 그저 웃고 지나칠 수 있는 대사이긴 하지만, 그가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거나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볼 때, 의도하지 않아도 터져나오는 그만의 분위기는 묘하게 상대를 잡아끄는 힘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김재욱에겐 '퇴폐미' 그 이상의 매력이 차고 넘친다. '사랑의 온도'는 김재욱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 주는 좋은 예다. 이미 '보이스'의 모태구로 '역대급 악역'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던 그는 6개월 여만에 전혀 다른 색의 캐릭터로 자신의 연기 내공을 뽐내고 있다. 

박정우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안목이 뛰어나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이에게는 모든 것을 내어줄 줄 아는 신념의 사나이다. 그래서 5년 동안 한 여자만을 바라볼 수 있고, 또 현재 적자일지언정 그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할 줄도 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절대 먼저 등돌리는 일 없는 듬직함도 박정우의 매력이다. 
김재욱은 이런 박정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낼 줄 아는 영민한 배우다. 툭툭 내뱉는 말투인 듯하지만 온기가 가득하고, 현수(서현진 분)를 바라볼 때는 애정이 가득하다. 이는 정선(양세종 분)에게도 마찬가지. 로맨스와 브로맨스를 적절하게 오가며 극의 구심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도 순간 '심쿵'하게 만들 줄 아는 힘, 멜로까지 잘하는 김재욱의 또 다른 얼굴이다. 
물론 '사랑의 온도'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2013년 방송된 tvN '후아유'에서 김재욱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영혼 이형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6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 그는 영혼이 되어 기억을 잃은 연인 시온(소이현 분)을 지켜준다. 말없이 눈빛만으로 애틋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탄탄한 연기 내공이 필요한데, 김재욱은 등장만으로도 긴장감을 형성하며 극적 몰입도를 높여줬다. 
그러면서도 과거 회상신에서는 소이현과 꽁냥거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도. 이 외에도 영화 '두 개의 연애'에서는 두 여자에게 사랑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는 '현실 남친'을 연기하며 공감 혹은 분노를 유발했다.
올해 개봉된 영화 '다른 길이 있다'에서는 삶에 대한 의욕없이 자살을 꿈꾸는 청년으로 분해 처연하고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특유의 분위기에서 섹시함은 덜어내고 외로움 혹은 슬픔을 가득 채워넣은 듯한 캐릭터를 대사가 아닌 눈빛만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내 극찬을 얻어냈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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