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LAD 마운드, 잊히는 류현진 이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17 05: 55

LA 다저스의 마운드가 가을 들어 펄펄 난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그 와중에서 후반기 팀 마운드에 보탬이 됐던 류현진(30·LA 다저스)의 이름도 잊힌다. 류현진으로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LA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들어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예상보다 시리즈가 쉽게 풀린다. “예상 외로 고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던 애리조나와의 디비전시리즈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이어 지난해 자신들에게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픔을 안겼던 시카고 컵스도 위기에 몰아넣었다.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았다. 설사 리글리필드에서 열릴 3경기에서 모두 진다고 하더라도 홈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다.
저스틴 터너, 야시엘 푸이그 등 야수들이 끈끈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수·주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타격만으로 ‘5연승’을 만들기는 힘들다. 역시 마운드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활용할 수 있는 선수층이 두꺼운데다 깊이까지 깊다. 벤치의 운영도 계산 착오를 찾기 힘들다.

16일 현재 다저스 마운드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 중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참전한 10개 팀 중 가장 좋다. 피안타율은 고작 1할6푼1리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76에 불과하다. 공격력이 좋은 애리조나,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컵스가 다저스를 상대로 한 이닝에 한 명 출루하기도 힘들었다는 의미다.
선발, 불펜 모두가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ERA 4.76)의 성적이 조금 아쉬울 뿐 나머지 투수들은 5이닝 정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막고 있다. 특히 불펜이 압도적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한계 투구수에 이르기 전 한 박자 빠른 교체로 흐름을 끊어가고 있다. 마무리 켄리 잰슨이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 불펜으로 투입된 마에다 겐타는 퍼펙트 행진으로 힘을 보탠다.
이 와중에 류현진의 기회는 날아가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후반기 재기 가능성을 선보였다. 11경기에서 2승3패에 머물렀으나 평균자책점은 3.17로 좋았다. 커쇼(2.74), 리치 힐(3.01)에 이은 리그 3위였다. 하지만 5명의 선발투수가 필요 없는 포스트시즌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다저스는 네 명의 선발(커쇼, 힐, 다르빗슈 유, 알렉스 우드)을 낙점했다. 불펜에서 비교적 적응을 잘한 마에다와는 달리, 불펜 경험이 거의 없는 류현진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에 류현진은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 출전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선수단과 동행하는 예비 명단, 이른바 ‘택시 스쿼드’에 속해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고 있지만 실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류현진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저스는 현 시점에서 투수 로스터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너무 잘 나가는 다저스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류현진에게는 장벽이 되고 있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는 ‘변수’가 생겨야 한다. 불펜 합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 시점에서는 기존 선발투수의 부상이나 ‘심각한’ 부진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선발들은 잘 던지고 있고, 흠이 생기기 전 강력한 불펜으로 보수공사를 하는 다저스다. 물론 팀 승리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 아쉬움은 더 진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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