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다이아몬드 재계약, SK의 딜레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19 10: 00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친 SK가 일찌감치 내년 구상에 들어갔다.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스캇 다이아몬드(31·SK)가 고민이다. 잡자니 뭔가 아쉽고, 놓자니 뭔가 아깝다.
올해 5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SK는 19일부터 인천SK행복드림구장과 강화SK퓨처스파크로 나눠 훈련을 재개한다. 소폭으로 개편된 1·2군 코칭스태프도 곧 발표된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내년 구상에 한창인 가운데 외국인 선수에 대한 결론도 타 팀에 비해 빨리 낼 예정이다.
‘에이스’ 메릴 켈리(29)는 잔류 확률이 90% 이상이다. 켈리는 일본 진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수의 결단과 최종 사인만 남았다. SK에서는 비교적 낙관 중이다. 올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102경기에서 31개의 홈런을 친 제이미 로맥(32)은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 로맥 또한 팀 잔류를 바라고 있어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 고민은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올해 24경기에서 134⅓이닝을 던지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4.42의 성적을 냈다. 특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니었다. 후반기로 갈수록 점차 나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패스트볼-커브의 투피치 유형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차례로 갈고 닦았다. 제구가 좋은 선수고 패스트볼의 움직임도 치기 까다로운 유형이다. 수비 도움을 좀 더 받았다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다.
그러나 상대를 구위로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134⅓이닝에서 탈삼진은 59개였다. 피안타율은 3할8리로 비교적 높았다. 전형적으로 맞혀 잡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제구나 수비가 흔들리면 좋은 성적을 담보하기 어렵고, 인플레이타구 타율로 대변되는 운도 다소 필요한 유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데 구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SK는 불펜이 취약하다. 대신 선발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김광현이 돌아온다. 켈리가 버텨주고, 박종훈-문승원이 올해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김광현은 이닝제한이 걸린다. 3년 연속 많은 이닝을 소화한 켈리는, 내년 성적이 올해보다 못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외인 한 자리가 더 강해야 함은 분명하다. SK가 다이아몬드 대신 다른 외인을 물색하는 이유다.
다만 시장에서 좋은 선수를 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SK의 고민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SK는 외국인 물색 시장에서 두 가지 방향을 잡고 움직였다. “현역 메이저리거로 확실한 이름값이 있는 선수”가 전자였다. 말 그대로 켈리 이상의 경력을 갖춘 즉시 전력감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적료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요새 KBO 리그에 들어오는 이름값 높은 외인들은 이적료가 기본 80만 달러다.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위험부담이 크다.
때문에 “40인 로스터에 걸쳐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고 구위가 좋은 투수”도 병행해 조사했다. 켈리가 SK에 입단할 당시와 흡사한 유형이다. 이른바 ‘제2의 메릴 켈리’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측면에서의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격대비 성능비는 좋을 수 있어도 켈리급 활약을 당장 보여줄 가능성이 조금 떨어진다. SK는 일단 후자 쪽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눈에 밟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는 “다이아몬드도 아직 팀의 옵션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재계약을 보장할 상황은 아니지만 굳이 나쁜 점을 먼저 들추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점도 충분히 고려를 해 비교한다는 심산이다. 아직 교체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는 것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선수도 언론 보도를 보기 때문이다.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재 SK의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의 동향도 봐야 한다. 외인 영입은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른 운도 중요하다. 계약 과정에 들어갔다 틀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타 구단의 동향이나 선수의 의지 등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다이아몬드가 다른 팀에 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체는 다이아몬드 이상의 확신을 줄 투수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확실해진다. 아직은 알쏭달쏭한 SK의 마지막 외인 한 자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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