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CJ컵 1R] 깔아준 멍석에 제대로 놀아준 저스틴 토마스, 9언더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10.19 13: 51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 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CJ컵@나인브릿지(THE CJ CUP@NINE BRIDGES, 총상금 925만 달러-104억 5900만원, 우승상금 166만 달러-18억 7700만 원)가 19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컨트리클럽(파72, 7196야드)에서 막을 올렸다. 
100억 원을 넘는 총상금 규모에 놀라고, 참가 선수들의 쟁쟁한 면면에 또 한번 놀라는 대회다. 날씨는 좋았다. 새벽 무렵에는 두꺼운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아침이 밝아 오면서 때깔 좋은 흰색 구름 사이로 청명한 하늘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첫 팀이 출발했고, 갤러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미디어조가 8시 30분에 출발했다. 지난 주 CIMB클래식 우승자 팻 페레즈, 2016~2017 시즌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 저스틴 토마스, 그리고 돌아온 배상문이 한 조가 돼 10번홀 티박스를 출발했고,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젊은 피 김시우와 PGA 투어 세계랭킹 1위를 넘나드는 제이슨 데이, 개인 통산 13승의 아담 스콧이 티오프를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한 갤러리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첫 홀을 나서는데 이미 200~300명의 갤러리가 제이슨 데이, 아담 스콧, 김시우 조를 따르기 시작했다. 경기가 진행 될수록 갤러리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 2라운드 입장권 가격이 6만 원이지만 19일 정오 무렵 입장 갤러리 숫자는 이미 3,500명을 돌파했다.
숫자가 많아지자 갤러리와 진행요원간의 신경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어딜가나 민폐인 스마트폰이 문제였다.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갤러리가 불쑥불쑥 끼어들었지만 PGA 투어에서는 미디어로 허락받은 이들 이외는 엄격하게 사진 촬영을 제한한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는 갤러리와 이을 제지하는 스태프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도 했다. 강압적인 말투로 카메라를 저지하는 통해 눈살을 찌푸리는 갤러리들도 생겼다. 
다소간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갤러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라운드의 슈퍼스타는 단연 저스틴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코스 설계자가 원하는 최고난도의 길만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갤러리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11번 첫 홀 출발은 좋지 않았다. 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파5 12번홀부터 승부사 기질이 발동 됐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미 “공격적인 골프로 CJ컵 우승을 노리겠다”고 공언했던 토마스다. 
같은 조의 배상문이 때린 드라이버샷이 좌측 러프로 빠져 레이업을 한 뒤에도 토마스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앞 조가 아직 그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우측으로 살짝 꺾이는 페어웨이를 한참이나 걸어 나와 그린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토마스는 제자리로 돌아가 페어웨이우드로 부드럽게 세컨샷을 돌렸다. 공은 홀컵 2, 3미터 거리에 안착했다. 샷 보다 더 부드럽게 퍼터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글’이었다. 
첫 홀에서의 불안감을 말끔히 떨쳐버린 토마스는 신들린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파4홀이지만 거리가 323미터에 불과해 원온이 가능한 14번홀. 동반 플레이어인 팻 페레즈와 배상문이 우드로 티샷을 다 마친 뒤에도 토마스는 티샷을 하지 않았다. 역시 앞 조가 14번홀 그린을 다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갤러리 위치에서 보기에도 있는 힘껏 드라이버를 돌렸다. 공은 빨랫줄처럼 뻗어나가 그린에 안착했다. 갤러리의 탄성이 또 터졌다. 토마스는 다시 이글을 노렸지만 공은 홀 컵 가까이서 구름을 멈췄다. 버디. 
파4인 15, 16번홀에서는 더 극적이었다. 15번홀에서는 세컨샷 한 공이 그린 프린지에 걸터앉았고, 16번홀에서는 세컨샷이 그린 끝에 올랐다가 경사를 타고 내려왔다. 그러나 갤러리가 실망하기에는 일었다. 15번홀에서는 로브샷으로 띄운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고, 16번홀에서는 낮은 위치에서 칩샷으로 굴린 공이 또 홀컵에 떨어졌다. 
아일랜드홀인 18번홀에서도 롱 아이언 세컨샷으로 공을 홀컵 2미터 안쪽에 올린 뒤 이글을 잡았다. 
토마스는 1번홀에서 시작 한 후반홀에서도 버디 3개를 더 잡아냈고, 파3 7번홀에서는 첫 보기를 범했다. 1라운드 중간합계 9언더파를 적어낸 저스틴 토마스는 후발 주자들의 경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지경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토마스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좋은 출발을 한 건 분명한데, 마지막 6개 홀에서 상대적으로 고전을 한 것 같아 아쉽다. 좀더 많은 타수를 줄일 수 있는 9개홀이었데 좀더 잘해야겠다"며 "장타자 입장에서는 오늘 같은 조건에서는 좋은 스코어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마침 뒷바람이 불어주고 컨디션도 좋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저스틴 토마스의 1라운드 경기 장면과 공식 기자회견 모습. /제주=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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