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에 혼쭐난 토마스, "그래도 드라이버 잡겠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10.22 17: 11

제주도는 바람과 여자, 돌이 많다는 삼다도다. 그 유명한 제주도의 바람이 ‘더 CJ컵@나인브릿지’(THE CJ CUP@NINE BRIDGES, 총상금 925만 달러-104억 5900만원, 우승상금 166만 달러-18억 7700만 원)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나인브릿지 컨트리클럽(파72, 7196야드)이 선사하는 초대 우승컵은 2016-2017 시즌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 저스틴 토마스(24) 품에 안겼다. 저스틴 토마스는 대회 전부터 우승 1순위로 꼽혔던 선수이고, 대회 1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 주인공이다.  
19일 1라운드를 마쳤을 때 토마스는 9언더파, 공동 2위권을 3타차로 앞서는 압도적인 스코어를 적어냈다. 이런 추세면 4라운드를 마쳤을 때 너무 과한 스코어가 나오는 게 아닌가 염려 될 정도였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천하의 토마스도 주눅들게하는 바람이 있었다. 

저스틴 토마스가 묘사한 제주의 바람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존재”였다. 22일 최종라운드를 마쳤을 때 토마스가 써낸 스코어도 1라운드와 똑 같은 9언더파였다.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한 2라운드 이후 토마스가 한 일은 1라운드에서 벌어 둔 스코어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컵은 토마스의 차지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제주의 살아 움직이는 바람 앞에서도 먼저 주눅드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원온이 가능한 파4 8번홀에서 4일 동안 단 한번도 드라이버를 놓지 않았다. 첫날 파, 둘째날 보기, 셋째날 더블보기를 했지만 최종라운드에서 또다시 드라이버를 잡고 파를 기록했다. 
이 결과에 대해 토마스는 “나는 거리가 많이 나가는 장타자이지만 웨지와 칩샷에도 능한 편이다. 원온 공략이 가능한 곳에서 드라이버 선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티샷 이후의 샷에서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8번홀에서 스코어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드라이버샷이 잘못 됐다기보다는 이후의 웨지샷이 좋지 않아서였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이라면 여전히 드라이버를 잡겠다는 공언이었다. 
다음은 우승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스틴 토마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극도로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한 소감은?
▲초대 우승자로 설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3일 동안 어렵게 경기 했다. 바람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특히 오늘은 더 심했다.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8번홀에서 두 번의 우드 샷을 성공시켜서 만족한다. 당분간 아무 생각없이 휴식을 취하고 싶다. 
-우승 트로피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가? 11번홀 상황을 자세히 말해 달라. 한국 갤러리 문화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트로피 디자인은 정말 독특한 것 같다. 대회 전에 아담 스콧과 함께 트로피 디자인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정말 독특하며 쿨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승컵에 한글로 내 이름이 적힌 것을 봤는데 이걸 보며 한글로 내 이름을 적는 것을 연습 해야겠다. 11번 홀에서는 드라이버로 친 공을 누군가 움직여 다시 드롭을 하고 웨지로 플레이를 했다. 한국 갤러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주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힘을 내 경기할 수 있었다. 
-대회전에 20언더파를 예상했는데 9언더파로 마무리 됐다.  
▲바람이 많이 불면 8~12 언더파 정도가 우승 스코어가 될 거라고 얘기했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20언더 정도가 될 것이라 했는데,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분 것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 바람이면 핀 세팅 보다 바람이 가장 큰 변수가 된다. 
-개인 통산 7승 중 오늘까지 아시아에서만 3승을 했다. 아시아에서 특히 강한 이유가 있는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시아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시기에 몸 컨디션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아시아의 기운이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농담) 
-첫 연장전에서 오피셜이 룰 적용을 했을 때 바로 수긍을 못하고 뭔가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는데?
▲상황을 이해하고자 물어본 것이다. 내 위치에서는 공이 정확히 보이지가 않아서 오비가 난 줄 알았는데, 볼을 드롭하는 걸 보고 이해를 위해 물어 봤다. 돌담이 경계가 아니라 코스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1라운드 때 9언더파를 치고, 9언더파가 우승 스코어가 됐는데 사흘동안 그 스코어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해 달라. 
▲흥미롭고 괴상한 경험이었다. 1라운드 이후 나머지가 라운드가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웠다. 춥기도 하고 바람도 변화가 많았다. 7번 아이언 조차도 거리 조절이 쉽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기도 했지만 나무가 많아 돌풍이 부는 것이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바람 때문에 퍼팅도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타이밍이 완벽하지 않으면 퍼팅을 성공시키기 어려웠다. 공이 굴러가기 시작한 이후에 바람이 불어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2018 시즌을 시작하면서 세운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가?
▲물론 우리 팀과 함께 세운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목표를 말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목표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내년 아시안투어 참가 여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천천히 결정하겠다. 
-대회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서 절친인 조던 스피스에게 내년 이 대회 참가를 권유할 생각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 스피스이기 때문에 아무말을 안 할 생각이다.(농담)
-한국 골프팬들에게 장타의 비결 한가지만 말해준다면?
▲그런 비결이 있다면 나도 공유하고 싶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볼을 정확히 바로 치는 게 답이라면 답이지 않을까 싶다. 
-연장 2차전에서 레시먼의 공이 해저드에 빠진 것을 보고 나서 레이업을 할 생각은 안했나?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먼 곳까지와서 경기를 하면서 스리온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100c@osen.co.kr
[사진] 저스틴 토마스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자회견 중인 토마스. /서귀포=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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