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7] '0-5에서 커쇼 투입' 로버츠의 뒤늦었던 투수교체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2 12: 58

승부가 기운 뒤에야 클레이튼 커쇼를 투입했다. 물론 투수교체는 늘 결과론이다. 그러나 매번 '퀵 후크'로 재미를 봤던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서 열린 휴스턴과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을 1-5로 패했다. 1988년 이후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정상을 노렸으나 마지막 순간 물거품이 됐다.
선발투수 교체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던 경기였다. 다저스의 올 시즌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3.38로 클리블랜드(3.30)에 이어 리그 2위였다. 언뜻 압도적인 기록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자원을 짧게 끊어가며 만들어낸 결과다. 다저스 선발진의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86구로 리그 최저. 선발투수의 80구 이전 강판은 43회로 가장 많았다. 자연히 불펜진은 내셔널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559⅔이닝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2차전서는 잘 던지던 리치 힐을 4회 만에 내리는 모습도 나왔다. 힐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병을 내던졌다. 결과는 다저스의 6-7패. 비판 여론도 따랐다. 존 레스터는 "선발투수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선발투수로 쓰기 위해서다. 이러한 불펜 운용이 정말 싫다"라며 몸서리쳤다.
외나무다리 승부처였던 7차전이기에 다저스와 휴스턴 모두 총력전은 당연했다. 다저스는 4차전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는 물론 5차전에 나섰던 클레이튼 커쇼까지 준비 중이었다. 물론 커쇼는 40~50구 정도 선에서 끊겠다고 밝혔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었다. 거기에 '클로저' 켄리 잰슨의 조기 투입까지 시사했다. 커쇼가 40~50구로 3이닝을 막는다면 다르빗슈를 일찌감치 내려도 커쇼에 우드, 잰슨으로 긴 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의 퀵 후크 본능은 월드시리즈 7차전서 자취를 감췄다.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는 1회부터 흔들렸다. 공 4개 만에 선취점을 빼앗겼다. 선두 조지 스프링어에게 볼카운트 1B-1S에서 2루타를 맞았다. 스프링어가 복판 낮은 슬라이더(84마일)를 잡아당겨 담장까지 타구를 보냈다.
이어 알렉스 브레그먼이 다르빗슈의 초구를 노려 1루쪽 땅볼을 생산했다. 1루수 코디 벨린저가 타구를 잡아 베이스 커버에 들어온 다르빗슈에게 던졌으나 송구 실책. 3루로 향하던 스프링어가 득점했으며 브레그먼은 2루까지 향했다.
2회도 선두타자 볼넷에 후속 2루타로 무사 2·3루에 내몰렸다. 조쉬 레딕을 짧은 땅볼로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렸지만 투수 랜스 맥컬러스의 땅볼에 스프링어의 좌중월 투런포로 순식간에 0-5까지 리드를 내줬다.
다저스는 그제서야 투수를 바꿨다. 레딕의 타구 때 몸을 풀기 시작하던 브랜든 모로우가 급히 올라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냈다. 이어서 커쇼 타임이었다. 커쇼는 예고대로 43구를 던지며 4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6회 2사 3루서는 마윈 곤살레스와 에반 게티스 연속 고의4구로 카메론 메이빈과 상대했다.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법했지만 메이빈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그 다음 선택은 잰슨이었다. 잰슨 역시 1이닝 1볼넷 무실점. 뒤이어 나온 알렉스 우드는 2이닝 퍼펙트로 휴스턴 타선을 잠재웠다.
그렇기에 다르빗슈의 교체 시점이 더욱 아쉽다. 현지 언론에서는 "차라리 4이닝을 맡길 거였으면 커쇼를 선발로 냈어도 괜찮겠다"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철저히 결과론이지만 다르빗슈 뒤이어 나온 커쇼와 잰슨의 호투에 아쉬움이 짙어진다. 만일 3회 1실점 정도로 막았다면 스코어 0-3. 충분히 추격이 가능할 법한 상황이었다.
결국 다르빗슈의 몰락을 더 일찍 막지 못했던 투수교체가 다저스의 우승을 날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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