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임수향, 깍쟁이 아닌 묵은지 같은 女배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11.15 07: 05

어쩌면 배우 임수향은 가장 억울한 여배우일지도 모르겠다. 첫 주연작이 워낙 강렬했고 악역 이미지도 컸기 때문에. 하지만 알고 보면 임수향은 누구보다 소탈하고 진국인 여배우다. 
KBS 1TV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종영 인터뷰 차 강남의 한 식당에서 최근 임수향과 만났다. 마침 식사시간이라 김치찜을 곁들이며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래서일까. 임수향의 오래 묵혀 매력적인 진면모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지한 정말 똑똑하고 배려심 깊어요"
임수향은 최근 종영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여주인공 무궁화를 맡아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시간대가 평일 오후 8시 30분인 만큼 주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멋지게 일일극을 이끌었다. 
"작품을 준비한 시간까지 더하면 8개월 정도 이 작품에 올인했어요. 아쉽고 부족한 걸 많이 느꼈지만 정말 행복했답니다. 해 보지 않은 캐릭터에 일일극도 처음이라 또 하나의 진짜 가족이 생겼어요."
"여순경 캐릭터잖아요. 전작인 '불어라 미풍아'에선 수감자였는데 정의로운 경찰이 되다니 재밌었죠. 평소 생활마저 조심하게 되고 정의롭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지나가다가 경찰분들 보면 괜히 경례하고 싶기도 했어요."
지난 10일 방송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 무궁화(임수향 분)와 차태진(도지한 분)은 돌고 돌아 결국 결혼을 약속했다. 지난 추억들을 되새기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엔딩을 그렸다. 
"도지한이 저보다 한 살 어린데 친구 맺었어요. 제 주변에서 도지한 잘생겼다고 다들 칭찬하시더라고요(웃음). 참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동생이에요. 연기적인 고민도 서로 많이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눴죠. 가장 많이 친해진 친구예요. 서로 쌍둥이처럼 비슷한 점도 많더라고요." 
"우리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 모두가 자상하고 배려가 몸에 깃든 천사들이었어요. 그래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쫑파티 때 가게 사장님이 이렇게 분위기 좋은 팀은 처음 본다고 하실 정도였죠. 촬영 때에도 회식을 얼마나 자주했다고요. 정말 감사한 가족들이죠."
◆"틀에 박힌 일일극 연기 NO"
임수향은 2011년 임성한 작가의 SBS '신기생뎐'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아이리스2', '감격시대', '아이가 다섯', '불어라 미풍아' 등에서 액션, 멜로, 가족극, 악역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무궁화는 씩씩하고 답답하지 않은 여주인공이었어요. 오지랖도 넓어서 어머니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셨죠. 사실 악역을 연기할 때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나쁜 짓을 연기하면서 나 정말 못됐구나 부담이 컸죠. 하지만 무궁화는 저랑 닮은 점도 많아서 편했어요."
"제가 가진 평소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최대한 숨기려고 했어요. 무궁화가 아이 엄마잖아요. 씩씩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여주인공이라 밝고 강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일부러 같은 티셔츠도 여러 번 입고요. 게다가 경찰이잖아요. 몸치이지만 액션까지 멋지게 해냈답니다."
사실 KBS 일일극은 흥행불패다. 주부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에서다. 임수향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친근한 매력을 널리 알렸고 악역과 섹시 코드 뒤에 숨겨진 자신의 민낯으로 인정받았다. 
"일일극 연기를 보면 엔딩이나 클로즈업 때 과장된 임팩트 표정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어요. 틀에 박힌 일일극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했죠. 그 점에서 도지한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맞췄던 것 같아요." 
◆"망가질 때 행복하더라고요"
코믹 DNA를 나름 품고 있는 임수향이다. 그래서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 러브콜을 다 받은 그다. 'SNL코리아9', '아는형님', '라디오스타', '마리텔', '주먹쥐고 소림사'까지. 코믹 연기에 대한 열정도 품고 있는 셈이다. 
"여배우는 코미디 연기를 자주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SNL코리아9'에 나갔을 때 망가지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말벌 아저씨는 웃기려고 제가 입에 휴지를 더 넣었다니까요.  시계 분장은 정말 제가 봐도 웃기더라고요. 슬퍼보이는 눈빛이 어쩜 그리 웃기던지 하하."
"예능에 나갔을 때나 이번 무궁화를 연기하면서 응원을 많이 받아서 행복했답니다. 저는 칭찬 댓글에 정말 큰 힘을 받거든요. 연기 잘하는, 사람 좋은 배우로 기억되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많이 부족했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늘씬한 몸매에 세련된 비주얼, 강렬한 데뷔작에 센 캐릭터들까지. 임수향을 파스타만 먹는 깍쟁이라고 오해하는 시선이 많을 터다. 하지만 그는 365일 가운데 360일 정도는 김치를 먹어야만 하는 묵은지 같은 진국 여배우다.  /comet568@osen.co.kr
[사진] FN,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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