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고액 계약금, 프로 생활 무엇도 보장하지 않는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30 06: 09

한기주(30)가 12년의 한 많았던 KIA 생활을 청산한다. KBO리그 역대 계약금 1위로 '10억팔'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아픈 손가락'은 끝내 낫지 못했다. 계약금은 무엇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KIA는 2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과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삼성에서 외야수 이영욱을 받아오는 대신 투수 한기주를 내보내는 내용이었다. 2006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한기주는 12년 만에 KIA를 떠나게 됐다.
한기주는 광주 동성고 시절 최고 구속 150km 상회하는 강속구로 주목받았다. 고교 3년간 평균자책점 0점대. 1차 지명권을 가진 KIA가 한기주를 지명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관건은 계약금이었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까지 받던 한기주를 품기 위해서는 고액 베팅이 필요했다.

KIA는 한기주에게 계약금 10억 원을 안겨줬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던 액수였다. 종전 1위였던 임선동(1997년 LG, 7억 원)과 김진우(2002 KIA, 7억 원) 기록을 3억 원 차이로 갈아치웠으며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기주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데뷔 첫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11패1세이브8홀드, 3.26을 기록했고 이후 2년간 101경기에 모두 구원등판해 5승5패51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으로 좋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수술과 재활을 거듭했다. 2009년 여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시작으로 회전근 파열과 팔꿈치 염증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한기주는 그를 필요로 하는 삼성으로 이적했다.
고액 계약금을 받은 이들이 부진한 건 비단 한기주만의 일이 아니다. 다음은 KBO리그 역대 계약금 상위 10걸의 명단이다.
▲ KBO리그 역대 계약금(원) TOP10
1. 한기주 : 2006년 KIA 10억 / 8시즌 / WAR 9.66
2. 임선동 : 1997년 LG 7억 / 10시즌 / WAR 13.76
2. 김진우 : 2002년 KIA 7억 / 13시즌 / WAR 24.05
2. 유창식 : 2011년 한화 7억 / 6시즌 / WAR 1.03
5. 김명제 : 2005년 두산 6억 / 5시즌 / WAR 4.33
5. 윤호솔(개명 전 윤형배) : 2013년 NC 6억 / 1시즌 / WAR -0.08
5. 안우진 : 2018년 넥센 6억 / 데뷔 이전
8. 유원상 : 2005년 한화 5억5000만 / 11시즌 / WAR 8.15
8. 성영훈 : 2009년 두산 5억5000만 / 3시즌 / WAR 0.66
10. 조용준 : 2002년 현대 5억4000만 / 5시즌 / WAR 11.85
KBO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로 살펴보면 고액 계약금 드래프티의 활약은 미진했다. 역대 계약금 1위 한기주는 8시즌 평균 1.21의 WAR을 기록했다.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약금 상위 10걸 중 통산 WAR이 가장 높은 선수는 김진우. 하지만 김진우는 13시즌 247경기 통산 74승61패6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 중이다. 데뷔 후 두 시즌 연속 150이닝을 넘게 소화했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150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연 평균 WAR은 1.85. 7억 원의 계약금만큼의 성과는 아니었다.
상위 10걸 중 연 평균 WAR이 가장 높은 건 조용준. 2002년 현대에서 데뷔한 그는 234경기 통산 23승17패116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조라이더'라는 별명으로 매년 현대 뒷문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아 단 5시즌의 기록만을 남긴 채 은퇴했다. 연 평균 WAR은 2.37이다.
계약금 상위 10걸 중 아직 데뷔하지 않은 안우진을 제외한 9명은 62시즌 통산 WAR 73.41을 합작했다. 연 평균 1.18.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해 87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5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한 마이클 보우덴의 WAR이 1.17이다. 고액 계약금 드래프티는 평균적으로 매년 보우덴만큼의 활약을 펼쳤던 셈이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모았던 이들이 나란히 부진하는 이유는 뭘까. 투수출신 해설위원 A는 혹사를 지적했다. 그는 "상위 10걸 모두 투수다. 그만큼 투수에게 기대를 많이 거는 셈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팀의 에이스로 주목받았다는 건 반대로 많은 경기에서 엄청난 이닝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투수는 결국 많이 던질수록 상한다. 그런데 기대치가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1군에서 쓰게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팀 감독 B는 마인드를 꼽았다. 그는 "계약금은 아마추어 생활에 대한 보상 차원이다. 하지만 이게 프로 생활의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프로에서는 똑같은 경쟁이 펼쳐진다. 하위 드래프티가 고액 계약금을 받은 이들을 제치는 사례는 숱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저 명단에서 한기주나 김진우, 윤호솔, 유원상, 성영훈은 아직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향후 어떤 반전을 보여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은 분명 기대에 못 미친다. 고액 계약금은 프로 생활의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ing@osen.co.kr
[사진] 한기주-유창식-조용준(위) 윤호솔(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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