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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빠, 나는 나" 이정후가 밝힌 야구2세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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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익래 기자] 야구 2세의 고충은 야구 2세가 안다. KBO리그에 큼지막한 족적을 남긴 이호준(41)과 정근우(35). 두 전설의 아들이 아버지 앞에서 '야구 끼'를 맘껏 뽐냈다. 이를 지켜본 '바람의 손자' 이정후(19)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덕담을 건넸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4일 정오부터 인천 남동체육관서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대호(롯데), 김광현(SK), 나성범(NC), 구자욱(삼성) 등 구단별 주축 선수들이 함께 했다.

이날 행사는 멘토링, 원포인트 레슨 이외에도 선수들과 유소년 학생들이 한 팀이 돼 진행하는 캐치볼과 펑고 챌린지 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300여 명의 초, 중학교 야구 선수들은 멘토링을 받으며 꿈을 키웠다.

행사에 참여한 프로 선수 가운데 막내는 이정후였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년도 채 안됐기에 유소년 선수들과 연령차가 가장 적다. 이정후는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코치처럼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 이정후는 "이렇게 누구를 가르치는 게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렵다. 애들이 자꾸 '왜 이렇게 잘생겼냐' 이런 걸 물어서 당황스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소년 선수 가운데는 이호준과 정근우의 아들도 있었다. 인천 송일초등학교에 나란히 재학 중인 동갑내기 동욱, 재훈(이상 9) 군. 이들은 유소년 자격으로 참가해 프로 선수들과 함께 캐치볼과 펑고를 진행했다.

이호준과 정근우 모두 '아들이 원한다'는 전제 하에 야구선수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마치 이정후처럼 야구 2세를 꿈꾸는 셈이다. 정근우는 "아들이 정후처럼만 해준다면, 어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근우의 아들 재훈 군도 "아버지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패기를 선보였다.

이정후에게 '야구 2세 선배'로서 전해줄 말이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정후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낯빛을 바꿨다. 이정후는 "그들이 야구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부담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진지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잘할 때는 잘하는 대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내가 못하면 아버지가 욕을 먹는다. 나를 그냥 나로 보는 게 아니라, 누구누구의 아들로 본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역대급 신인'의 퍼포먼스로 이종범을 '이정후의 아빠'로 만들었지만,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 칭호가 익숙했다. 본인이 느낀 부담감이 상당했기에 열 살 차이나는 이호준, 정근우의 아들들에게도 저런 조언이 가능했다.

이정후가 밝힌 극복법도 있다. 이정후는 "아빠는 아빠고 나는 나다. 만일 저 동생들이 야구를 한다면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야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이정후는 2017시즌 활약을 통해 '이종범은 이종범이고, 이정후는 이정후다'는 걸 증명했다.

이제 막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낸 고졸 신인이지만 생각의 깊이는 깊다. 본인이 느낀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승화시킨 이정후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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