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야구 해본 선출 단장'이 바꿀 KBO리그 트렌드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7 06: 06

1. 내부 승진 2. 선수 출신.
이번 겨울 단장을 바꾼 두 팀의 방향이다.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KBO리그에는 지난해부터 선수 출신 단장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내부 승진'으로 단장직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LG와 KIA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단장을 바꿨다. LG는 시즌 종료 직후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승진시키며 류중일 감독을 영입했다. 송구홍 전임 단장이 퓨처스팀 감독을 맡는다. KIA 역시 허영택 전 단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생긴 공백을 조계현 수석코치가 메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속성'이다. 감독과 수석코치. 현장의 기조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프런트의 수장으로 올라선 셈이다. 양상문 단장은 감독 계약이 끝난 시점이었고, 수석코치였던 조계현 단장은 1년 계약이다. 이들의 자리에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왔다면 구단의 호흡을 파악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터. 연속성을 유지하기에 최적의 카드였다.
지난해 선임된 유영준 NC 단장이나 고형욱 넥센 단장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유영준 단장은 2011년 팀 창단 때 스카우트로 합류했다. 이어 스카우트 팀장을 거쳐 지난해 단장까지 올라섰다. 고형욱 단장 역시 스카우트 팀장을 역임하다 단장에 취임했다. 앞선 양상문, 조계현 단장 사례처럼 구단의 긴 호흡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이들이다.
이처럼 최근 단장 선임 사례를 살펴보면,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이 엿보인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KBO리그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특정 사단을 몰고다니며 프런트 직원의 인사까지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때의 장점도 있지만, 감독이 바뀌게 되면 구단의 체질 자체를 갈아야 하는 단점이 생긴다. 구단 자체의 기조나 흐름보다는 감독 한 명의 입김에 좌우됐던 시기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팀들처럼 기존 내부자들이 프런트의 수장을 맡으면 구단의 기조에 손질이 필요없다. 템포의 차이는 생길 수 있지만 지향점은 같다. 내부자의 단장 승진이 주는 장점이다.
게다가 선수 출신이라는 점도 구단 기조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된다. 선수 출신 단장은 현장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경기력 등 운영 쪽 역할을 맡는 게 대부분이다. 트레이드 등에 적극적인 구단을 살펴보면, 선수 출신 단장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물론 선수 출신 단장이 '정답'은 아니다. 올 1월 기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경력이 아예 없는 단장만 12명이었다. 대학 때까지 야구를 했던 단장이 주를 이루지만, 메이저리거로 범위를 좁히면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이 유일하다. 고교 시절 잠시 야구를 했던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은 보스턴 단장 시절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컵스에 사장으로 부임하며 '염소의 저주'마저 깼다. 비단 엡소타인 사장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비선출'의 성공 사례는 수두룩하다. 야구 경력이 올바른 구단 운영을 담보하지 않는 셈이다.
비선출 단장이 진두지휘하는 롯데나 삼성, kt에도 선수 때 느낀 점을 개탄 없이 밝힐 인사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이 단장은 아니지만 구단 운영에는 기여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단장 원맨 팀'이 아니기에 큰 무리는 없다.
다양성은 리그의 재미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선수 출신 단장이 이끄는 일곱 팀과 비선수 출신 단장이 지휘하는 세 팀의 운영 기조 역시 2018시즌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떠올랐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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