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강민호 떠나보낸 전준우 "아쉽지만 책임감 무거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8 06: 10

동갑내기 친구가 팀을 떠났다. 거기에 같은 포지션에는 굵직한 외부 자원이 수혈됐다. 전준우(31·롯데)가 스파이크 끈을 조여매는 이유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 '태풍의 눈'이었다. 굵직한 선수 이동에는 모두 롯데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었다. 시작은 황재균이었다. 황재균은 롯데에서 뛰던 지난해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으나 부진했고, 귀국길에 올랐다. 황재균은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도장찍으며 비로소 롯데를 떠났다.
그 다음은 강민호였다. 본인이 밝혔을 만큼 '롯데의 상징성'이 강했던 강민호였다. 하지만 삼성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움직였고, 4년 총액 80억 원에 팀을 옮겼다. 롯데로서는 스토브리그 시작과 동시에 내부 자원 두 명을 손 쓸 틈 없이 빼앗긴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긍정적 소식이 이어졌다. '집토끼' 손아섭을 4년 총액 98억 원에 눌러앉힌 뒤 외야수 민병헌과 4년 총액 80억 원 계약을 맺었다. 황재균은 2017시즌에도 없는 전력이었으니, '안방마님' 강민호를 잃었지만 손아섭을 붙잡고 민병헌을 데려온 형국이다.
롯데의 외야는 그야말로 국가대표급이다. 리그 최고의 외야수인 손아섭을 축으로 민병헌과 전준우가 굳건하다. 거기에 이병규, 김문호, 나경민 등이 경쟁하고 있다. 어느 팀과 비교해도 앞서는 전력이다. 외야 소용돌이 속 중심을 잡아줄 전준우는 "결국 내가 얼마만큼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전준우에게 이번 겨울은 아쉬움투성이었다. 그는 "(강)민호와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허전하다. 거기에 우리나라 최고 포수가 팀을 이탈한 것이다. 민호는 대체 불가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축하는 하지만 야구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아쉽다"라고 밝혔다.
전준우가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10시즌부터 롯데 타선은 젊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주전을 꿰찬 강민호를 축으로 전준우, 손아섭이 성장했고 넥센에서 황재균을 데려왔다. 이들은 전준우가 경찰 야구단 입대하기 직전인 2014시즌까지 5년간 별다른 이탈없이 롯데 타선을 지탱했다.
인간적인 정도 많이 들었다. 전준우는 "얼마 전 나와 민호, 재균이, 아섭이 이렇게 넷이 식사를 했다. 이렇게 넷이 제일 친했다. 민호와 재균이에게 가서 잘하라고 덕담했다. 그때가 종종 생각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냥 과거에 머물 수만은 없는 노릇. 20홈런-60타점을 보장하는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가 빠졌다. 결국 그 짐은 남은 선수들이 짊어져야 한다. 전준우는 "민호가 남고 (민)병헌이가 왔으면 최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계약은 완료됐다. 그 몫을 다른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책임감이 무겁다. 발 빠른 병헌이가 왔으니 작전이나 주루 쪽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장타 칠 선수는 많다. (이)대호 형을 중심으로 아섭이, 병헌이에 나까지 해줘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준우는 사직구장의 외야가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게 선수들의 역할이자 과제다. 경쟁이 없으면 안주하게 된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2010년의 나처럼 깜짝 스타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선수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원과도 같던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 욕심은 미뤄뒀다. 전준우는 "하다보면 되는 것이다. 올 시즌 옆구리 부상으로 34경기 빠졌는데 18홈런을 쳤다. 아프지만 않으면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다. 결국 내가 모자랐던 걸 채워가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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