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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의 거인의 꿈] 걸음마 뗀 부산 신구장 논의,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

걸음마 단계다. 이제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구도’ 부산에 들어설 새로운 야구장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시작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갈 길은 여전히 멀고 장밋빛 전망은 때가 이르다.

부산시는 지난 7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종합운동장 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스립용역’에 관한 시민 공청회를 개최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종합운동장 야구장, 즉 사직야구장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직구장은 지난 1985년 지어졌다. 32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낙후된 시설이 됐다. 지속적인 개보수를 통해 시설을 개선시켜왔다고는 하나, 건립 초기 야구 전용이 아닌 다목적구장을 용도로 지어졌기에 야구 관람을 위해서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불편한 부분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구도’라 불리는 부산의 명성에 걸 맞는 야구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7일 열린 공청회 자리는 신구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그동안 신구장 혹은 사직구장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에 대한 의견은 꾸준히 제기했다. 사직구장을 쓰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부산 시민들의 바람이었다. 일단, 시에서 그동안 롯데 구단과 부산 시민들의 바람에 응답 했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면 성과다.


지지부진했던 사직구장 관련 연구 용역이 지난 9월1일부터 동서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주도 하에 시작됐고, 공청회 자리에서 중간 보고 형식으로 발표됐다. 그리고 연구 용역의 발표를 맡은 동서대 김대건 교수는 “사직구장 리모델링은 비용이 500억∼1000억 원으로 공사 기간과 공사비 부문에서는 경제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공간 활용이나 관중석과의 커뮤니티,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장기 효율성은 떨어진다. 지역의 랜드마크화를 시키는 측면에서 리모델링보다는 신축이 낫다"는 의견을 주장하기도 했다.

오는 2018년 2월에 나올 연구 용역의 최종 결과도 다르지 않을 분위기다. 이제는 사직구장 리모델링보다는 구장 신축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부산에 신구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도 사실.

그러나 벌써부터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부산시는 그동안의 여론에 이제야 응답했을 뿐이다. 정확한 연구 용역을 통해 신구장에 대한 확실한 토대를 만들고 나서 신구장 건립을 실시해 하는 것이 우선. 다만, 부산시는 너무 앞서가고 있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는 일본 삿포로돔의 운영 주체인 ㈜삿포로돔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삿포로돔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다른 돔구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부산시가 구상하는 새로운 구장의 모습은 돔구장이다. 부산시는 이렇게 돔구장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돔구장이 건립되면 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가시설의 증대와 시의 랜드마크가 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여주기식의 건립이 아니어야 할 때 성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우리는 고척 스카이돔의 주먹구구식 건립 과정을 익히 잘 알고 있다(물론 지금은 잘 활용하고 있지만).


구장 신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가 아닌 돔구장에 대한 얘기가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또한 2월 최종 용역 결과 발표 이후 4월에 돔구장 혹은 야외 개방형 야구 전용 구장이든 선택을 한다는 사실에도 다소 의문이 따른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시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지가 의문의 시작이다. 서병수 부산 시장의 재선 여부가 관심인 상황이기에 야구장 공약을 통해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부산시는 야구장 개보수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014년에 이뤄진 전광판과 음향시설 교체에는 롯데 구단의 선 투자 후 임대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이었고, 2016년을 앞두고 이뤄진 LED 조명 설치, 그라운드 흙 교체, 화장실 개보수 등은 기부채납 형식으로 이뤄졌다. 관리 주체인 부산시가 능동적으로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돔구장 건립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부산시는 일단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한 뒤 부지와 접근성 등을 고려하고 시민들이 어떤 구장을 원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려를 해야 한다”며 유보된 입장을 보였다.

반면,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롯데 이윤원 단장은 “돔구장이 랜드마크의 상징성, 관람객과 선수들의 편의성 등에 대한 장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야구단이 쓰는 기간은 두 달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외의 시기는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비적인 고민이 있다. 또한 공연장 등으로 활용할 경우, 야구장, 공연장 모두 완벽하지 않은 형태가 될 것이다.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도 야구장으로서 100%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돔구장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 한다”고 전했다.

건립형태와 건립 형태를 정하는 시기부터가 의문인 상황에서 이후의 문제들 역시 헤쳐 나갈 것들이 많다. 신축 구장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도 선정해야 하는데, 부지 선정 문제 역시 복잡함 투성이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북항 부지에 야구장을 짓기 위해서는 토지 매입비만 5000억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1500억 원(개방형 구장)에서 4000억 원(개폐식 돔형)까지 건설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연구 용역의 예상치와 합하면 민간 투자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북항 부지에 야구장을 지을 경우 천문학 적인 금액이 소요될 전망. 또한, 사직동 기존 부지를 활용할 경우 건설 기간 동안 경기를 치를 대체구장에 대한 논의도 수반되어야 한다.

야구장 건립을 위한 투자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부산시의 입장은 “건립 형태를 결정해고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많은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비, 국비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원 단장은 “아직 사업비 얘기는 이른 것 같다. 다만, 과거 KIA와 삼성이 그랬듯이 우리도 사업비를 내야 한다는 논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야구장은 시의 공공재다. 민간 자원이 돈을 댄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만약, 롯데 그룹의 돈이 들어갈 경우, 그에 따른 구장 운영권과 명명권에 대한 논의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였다. 시의 입장과 정확히 대척점에 섰다. 야구계 관계자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역시 패널로 참석했던 KBO 박근찬 운영팀장, 민훈기 스포티비 해설위원 모두 잠실구장의 광고권을 판매해 구단의 수익구조를 차단시킨 서울시의 사례를 강하게 비판하며 부산시 측에 생각의 전환을 촉구했다.


첫 걸음만 뗐을 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지방선거 시즌과 맞물려 신구장 계획이 전면 수정될 수도 있다. 정권 교체에 따라 국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뀐 경우를 우리는 이미 수차례 목격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부산 야구팬들의 열망을 충족시켜 줄 신구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는 좋지만, 그 기대가 모두가 원하는 새로운 야구장으로 실현이 될 지는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지켜봐야 한다. /롯데 담당 기자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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