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트랜스포머 도전’ 박종욱, 출발점 선 투수인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08 15: 38

지난해 11월,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당시 박종욱(21·SK)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 밑에서 혹독한 포수 훈련을 소화 중이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박 코치도, 선수도 더 신경을 쓴 캠프였다.
올해 11월, 박종욱은 더 이상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이제는 ‘투수 박종욱’으로서의 새 인생이 본격적으로 출발을 알리는 단계다. 박종욱은 올해 전지훈련을 모두 마무리한 뒤 투수 전향을 제의받았다. 포수보다는 투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의견이었다. 코칭스태프는 강한 어깨에 주목했다. 박종욱도 고심 끝에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게 4월이었다.
그 후 6개월 동안 박종욱은 투수 전향을 준비했다.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투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당시 “멍했다”고 떠올린 박종욱은 “중학교 때 두 번 정도 마운드에 서 본 것이 전부”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마운드 위에서 포수를 보고 던진 경험이 부족했다. 또한 투수의 몸도 아니었다. 전면 개조가 필요했다.

투수 전향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무릎 상태였다. 쪼그려 앉아 경기를 치러야 하는 포수의 특성상 무릎 상태가 중요한데 박종욱의 무릎이 썩 좋지 않았다. 박종욱은 “무릎이 고질병처럼 툭 하면 아팠다. 계속 아플 수도 있는 상황인데 서 있으니 조금 낫다”고 미소 지으면서도 “그동안 하체를 쓰는 법, 팔이 나오는 매커니즘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사실 처음에는 통증도 있었다. 자세부터 바꿨고, 골반부터 동적인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고 지난 6개월의 과정을 설명했다.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 이제는 ‘투수의 그림’이 어느 정도 나온다는 평가다. 박종욱은 “계속해서 몸을 만들다 시즌이 끝나고 연습경기에 3번 정도 등판했다. 느낌은 생각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최고 구속은 143㎞까지 나왔다. 박종욱은 “150㎞까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연습하면 145~147㎞ 정도까지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구속은 물론 공이 묵직한 선수라 불펜에서는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제 막 시작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코칭스태프는 박종욱의 손가락 감각을 칭찬한다. 박종욱은 “이제 변화구를 연습하고 있다. 스플리터, 커터, 커브를 던지는데 스플리터의 감이 괜찮았다”면서 “코칭스태프에서 내 장점을 구속으로 보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신다. 몸의 파워와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포수 때와는 훈련 일정도 많이 바뀌었다. 웨이트를 더 중요시하고, 요가 학원도 다니면서 유연성을 키우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지금껏 포수로 투수를 봤던 박종욱은, 이제는 투수가 돼 포수를 본다. 시점이 180도 바뀌었다. 박종욱은 “피칭을 하다 블로킹을 할 공이 나오면 포수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그 느낌을 잘 안다”고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더 발전해 앞으로는 포수에게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도 박종욱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김 코치는 “연습경기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좋은 그림으로 던지더라.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고 감각이 좋다. 수비도 상당히 잘하고, 송구에 있어 배짱도 좋다”면서 “포크볼이 잘 떨어질 때는 너무 흔들려 포수가 놓칠 정도다. 커브도 간간이 던지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장점을 이야기했다. 투수전향 6개월차 선수치고는 후한 평가다.
박종욱은 신동훈, 그리고 올해 신인인 김정우와 함께 내년 SK 퓨처스팀(2군)의 마무리 후보다. 박종욱은 “빨리 단계를 밟아 2군에 합류하고 싶다. 몸을 잘 만들어 내년을 준비하고, 2군에서 마무리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 투수로서의 첫 각오를 밝혔다. 또 하나의 트랜스포머가 출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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