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 귀환’ 김택형, SK 인내 결실 맺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09 13: 01

“말이 별로 없는 친구다”
좌완 유망주 김택형(21·SK)에 대한 SK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의 첫 인상은 그랬다. 김택형은 지난 5월 18일, SK와 넥센의 1대1 트레이드 당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K는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김성민(24)을 보내는 대신 김택형을 선택했다. 넥센 감독 시절 김택형의 잠재력을 눈으로 확인했던 염경엽 단장이 트레이드를 주도했다.
당시 선택은 논란이 있었다. 김성민은 1군에서 뛰던 선수였던 반면, 김택형은 3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재활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성민이 넥센의 1군에서 활약할 때, 김택형은 SK의 2군 시설이 있는 강화에서 묵묵히 재활에 매진한 탓에 비교가 더 선명했다. 김택형으로서는 새 팀에 적응할 시간을 재활로 보냈으니 사실 할 말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말문이 트이고, 얼굴에는 미소가 돌아왔다.

김택형은 “재활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었고, 때문에 트레이드 당시에는 조금 지쳐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트레이드가 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고 당시 말이 별로 없었던 상황을 해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김택형은 “원래 말이 많은 스타일이다. 형들이랑 친해지다 보니 이제는 장난도 많이 친다”고 싱긋 웃었다. 이는 김택형의 재활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택형은 무난한 재활 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11월 말에는 50%의 힘으로 하프피칭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승호 재활코치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총평했다. 김택형은 “통증은 없었다”라고 의의를 두면서 “아직 시간이 있다. 급하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쉬엄쉬엄, 천천히 하라고 말씀 하신다”면서 내년을 바라봤다.
내년 복귀 일정은 희망적이다. 김택형은 8일 수술 재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괌 재활캠프로 떠났다. 김택형은 “괌에서 피칭을 꾸준히 하며 80~90% 정도로 던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1월에도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며 100%를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드러냈다. 김택형은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참여가 가능할 것 같고, 개막전에 던지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2018년을 고대했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김석연 이승호 코치를 비롯, 자신을 헌신적으로 지도한 트레이닝 파트에도 감사함을 전한다. 같은 시기 좀 더 빨리 재활을 했던 ‘에이스’ 김광현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김택형은 “광현이형이 주로 먼저 단계를 밟고, 내가 뒤를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통증이 있어 물어보면 ‘다 그런 것이고,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욕심이 나기는 한다. 김택형은 “하프피칭을 하니 피칭을 하고 싶고, 피칭을 하면 경기에 나가고 싶을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SK는 김택형을 보챌 생각이 전혀 없다. 팀의 장기적 선발 자원인 만큼 올해는 철저하게 적응기를 거친다는 심산이다. 올해는 선발 합류 계획 없이 불펜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것도 4~5월 등 시즌 초반에는 신중하게 다룬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을 가지고 있다. 부담 없는 상황부터 출격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구단이 김택형을 애지중지한다는 증거다. SK는 김택형이 장기적으로 김광현의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40㎞ 중반대의 빠른 공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이다. 김택형도 이런 구단의 계획과 기대를 잘 이해하고 있다. 트레이드된 선수라 성과가 급할 수도 있지만 부담감은 최대한 줄이려 노력한다.
김택형은 “트레이드된 후 바로 경기에 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잠시 생각하던 김택형은 “일단 비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 다 왼손잡이고 맞트레이드라는 점도 그렇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잘 해야 한다”고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김택형이라는 유망주를 위해 1년을 기다린 SK의 인내가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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