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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단장 권력,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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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KBO 리그에 ‘프런트 야구’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감독 권력과 치열하게 맞서던 고지전에서 어느덧 조금씩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권한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KIA는 최근 올해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조계현 코치를 단장으로 임명하는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허영택 전 단장이 사장으로 영전하면서 빈자리를 조 단장이 채웠다. 이로써 KBO 리그에 또 하나의 현장 출신 단장이 추가됐다. 최근 유행처럼 부는 바람에, 현장 출신 단장은 총 7명으로 늘어났다. 역대 최다다.

현장 출신 단장이 갖는 이점은 명확하다. 경기인으로 그라운드에서 뛰어봤던 이들은 야구판의 생리에 대해 잘 안다. 여기에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정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올해 트레이드가 현장 출신 단장들끼리 활발하게 이뤄진 점은 이를 대변한다. 선·후배 관계로 묶인 현실적 사정상, 팀 장악력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비선수 출신 단장이 피부로 느끼기 힘든 세세한 점까지 파고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선수들의 눈빛만 보면 분위기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그룹 인사를 통해 내려온 단장들도 솔직하게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현장에 대해 잘 알기에, 코칭스태프와 관계만 잘 맺는다면 유기적인 팀 관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감독은 임기가 지나가면 끝이지만, 구단은 영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장의 비전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현장 출신 단장들이 늘어남에 따라 ‘실세 단장’의 비중도 커졌다. 아직은 감독의 영향력이 강한 구단도 몇몇 있지만, MLB 식으로 단장이 주도권을 가져가거나 적어도 동등한 권한을 나눠 갖는 구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감독 출신 단장도 세 명(양상문 LG 단장, 박종훈 한화 단장, 염경엽 SK 단장)이나 된다. 취임 이후 비교적 활발한 팀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KBO 리그는 감독 중심의 야구였다. MLB와는 다른 토양상, 감독이 좀 더 권한을 가져가는 구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전문 경영인, 전문 단장의 개념이 낯설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야구계는 현장 출신 단장들이 만들어 갈 미묘한 무게 중심의 이동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현장과의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성공을 거둔다면, 더 많은 현장 출신 단장들이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출신이라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태룡 두산 단장, 민경삼 전 SK 단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대세라고 보기에는 흐름이 곳곳에서 끊어진다. 아직 이 추세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시간이 가지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임기 내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KBO 리그는 그간 단장의 권한이 약했다. MLB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단장들의 공과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또한 임기를 마치면 그룹 인사를 통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단장의 권한이 강해지는 추세에서 이제는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좀 더 명확하게 구단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추진력 있게 실천하고, 결과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맞다. 상당 부분의 권한은 프런트가 휘두르고, 결과는 현장이 책임지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MLB식 추구의 첫 걸음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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