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호 선수' 류희운 "선발 약하다는 평가, 현실이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11 06: 37

초대 감독보다 kt 유니폼을 먼저 입은 선수. 류희운(22)을 향한 kt의 기대였다. 류희운은 그 기대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2013년 6월 17일, 창단 과정을 끝마친 kt는 우선지명으로 류희운(천안북일고)과 심재민(개성고)을 지명했다. 이어 한 달 뒤에는 박세웅(경북고)이 1차지명으로 kt에 불렸다. 그리고 8월 2일, SK와 KIA에서 사령탑을 지냈던 조범현 당시 삼성 포수 인스트럭터가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류희운과 심재민, 박세웅은 감독보다 먼저 kt 유니폼을 입은 셈이었다. 그만큼 구단에서 기대가 컸던 이들이다. 박세웅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뒤 2015년 6경기서 28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밀었던 선발투수지만 kt와 롯데의 4-5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심재민은 2015시즌부터 팀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올해까지 3시즌 동안 173경기에 등판해 185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13패21홀드, 평균자책점 5.78을 기록했다.
류희운의 시작은 이들보다 늦었다. 입단 첫해인 2014년 퓨처스리그서 21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9.95에 그쳤다. 팔꿈치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로 메스를 댔다. 2015년은 서두르지 않고 재활에 전념했다. 실질적인 복귀는 2016년. 류희운은 퓨처스리그에서 붙박이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1군 등판은 다섯 차례 뿐이었다.
그렇게 kt 입단 후 네 번째 시즌인 올해. 류희운은 자신이 왜 kt의 창단 1호 선수인지를 어느 정도 증명했다. 류희운은 올 시즌 24경기(14경기 선발)에 등판해 81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 평균자책점 7.67을 기록했다. 데뷔 첫 승과 선발승을 모두 경험했다. 6월 14일 포항 삼성전서 팀의 시즌 7연패를 끊는 4이닝 무실점 구원투가 데뷔 첫 승으로 이어졌다. 김진욱 감독도 당초 "류희운의 선발 투입은 고육지책이다"라고 밝혔으나 꾸준히 5이닝 가까이 버티는 그를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했을 정도.
하지만 분명 아쉬움도 남긴 시즌이었다. 2018시즌 선발진 한 자리를 도맡은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류희운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약점 강화에 나섰다. 그는 "상체가 앞으로 많이 쏠렸다. 영상을 보고 스스로 깨달았다. 이 부분에 대해 코치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아직 완벽히 교정된 건 아니지만, 고쳐야 할 부분을 정확히 찾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류희운은 마무리 캠프가 끝나고도 쉬지 않고 수원 kt위즈파크에 나와 개인 훈련 중이다.
류희운에게 2017년은 후회였다. 그는 "1군에서 공을 많이 던져 좋았다. 하지만 후회도 남는다. 던진 뒤에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늘 자리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1군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던지기 급급했다. 그러나 공 하나하나가 다 목적구여야 한다. 내가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었다. 류희운은 "첫 선발 경기(5월 4일 롯데전, 3⅔이닝 3실점 패전)"라고 입을 열었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경기. 이어 류희운은 "첫 승한 날, 패한 날, 구원으로 던진 날, 잘 던진 날, 못 던진 날. 모든 경기가 다 소중하고 생각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류희운은 "이건 이대로, 저건 저대로 좋았다. 지금의 소중한 경기들이 내 발전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t는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 영입과 특급신인 강백호의 가세로 타선에 힘이 생겼다. 하지만 투수진, 그 중에서도 선발진은 약점으로 꼽힌다. 당사자인 류희운으로서는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류희운은 "기분이 좋진 않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안 좋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희운에게 2018시즌 목표를 묻자 "몇 승, 평균자책점 얼마는 중요하지 않다. 마운드 위에서 내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며 "어떤 상황이든 당당하게 타자를 상대한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류희운의 성장은 2018 kt 투수진 안정화의 중요한 키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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