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결별 확정' 장수 외인 3人, 쉽지 않은 재취업 시장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12 09: 03

세 명 합쳐 18년. KBO리그의 2010년대를 호령했던 장수 효자 외인 세 명이 나란히 친정팀과 결별한다. 마치 프랜차이즈 스타와 같았던 이들의 모습을 2018년에도 볼 수 있을까. 재취업 시장이 마냥 녹록치는 않다.
올 겨울은 베테랑들에게 유독 혹독하다. 준척급 프리에이전트(FA)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외인들 역시 친정팀과 멀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KBO는 2018년 보류선수 538명을 공시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 타 팀과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해진다. 외국인 선수와 협상 의지가 있다면 이들을 보류선수 명단에 묶으면 된다.
이번 보류선수 명단에 빠진 외인은 11명. 그 중에는 더스틴 니퍼트(전 두산), 앤디 밴헤켄(전 넥센), 에릭 해커(전 NC)의 이름도 포함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효자 외인이 친정팀을 떠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니퍼트였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올해까지 7년 연속 두산 소속으로 뛰었다.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와 더불어 최장수 외인. 하지만 데이비스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한화에서 뛴 뒤 2003년 팀을 떠났다. 이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다시 3년을 채웠다. 따라서 한 팀에 꾸준히 묶여있던 건 니퍼트가 가장 길다.
족적도 화려했다. 니퍼트는 통산 185경기에 등판해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종전 외인 최다승은 다니엘 리오스의 90승. 니퍼트는 이를 갈아치우며 KBO리그를 거쳐간 213명의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하지만 올 시즌 30경기에서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다소 고전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니퍼트의 올해 연봉은 210만 달러. 만약 두산이 니퍼트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한다면 KBO 규약상 2018년 연봉으로 전년도의 75%(157만 5천 달러) 이상을 줘야했다. 두산은 니퍼트와 이보다 낮은 금액 계약을 희망했고, 명단에서 뺐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두산은 11일 조쉬 린드블럼과 계약을 발표했다. 앞서 투수 세스 후랭코프, 타자 지미 파레디스와 계약을 맺은 두산이기에 외인 슬롯이 꽉 찼다.
밴헤켄 역시 넥센과 결별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밴헤켄은 2012년 넥센에서 데뷔해 6시즌 통산 156경기에 등판하며 73승42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니퍼트, 리오스 다음 외인 최다승 3위다. 지난 시즌 앞두고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 이적했으나 후반기 돌아와 팀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내년이면 만39세가 되는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에도 8승에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지만 한 달 넘게 1군 말소되며 고전했다.
NC의 1군 진입부터 함께한 해커 역시 친정팀과 이별한다. 해커는 2015년 19승으로 다승왕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경기 남짓 등판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3점대로 좋았지만 이닝 이터가 필요했던 NC 사정과는 맞지 않았다.
문제는 각 팀들이 외인 구상을 슬슬 끝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외인 투수 슬롯은 총 여섯 장 비어있다. LG가 투수 한 명도 영입하지 못했고, 롯데와 NC, 삼성, kt가 한 자리씩 비워뒀다. 하지만 LG는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 레다메스 리즈 중 두 명을 영입할 계획이다. 결국 남은 슬롯은 사실상 네 장이다.
이 중 롯데와 NC는 조쉬 린드블럼과 해커를 떠나보낸 만큼 재활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삼성 역시 1선발급 외인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kt도 외인 재활용에는 큰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급은 많지만 수요가 없다. 이들의 전설이 2018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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