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니느님' 두산과의 잊지못할 7년의 동행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2.12 11: 00

두산 베어스와 더스틴 니퍼트(36)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11년 1월 12일. 두산은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당시 두산은 "메이저리그 통산 14승을 거둔 우완 정통파 투수로 2m가 넘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150km/h를 웃도는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과 함께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주무기로 구사한다"라며 새 외국인 선수를 소개했다. 니퍼트와 두산의 첫 만남이다.
KBO리그에서 첫 해 니퍼트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펼쳤다. 29경기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환상 궁합을 자랑한 두산과 니퍼트는 '1년 더'를 외쳤고, 그렇게 7년을 함께 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5년 당시 5년차 였던 니퍼트는 각종 잔부상에 시달리며 20경기에 나와 90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재계약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그러나 그해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56으로 완벽하게 부활했고, 팀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도 '두산 선수'로 맞은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의 활약을 이어갔다.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특히 새로운 동료 마이클 보우덴을 비롯해 장원준, 유희관과 함께 '판타스틱4'라는 별명도 얻었다.
니퍼트가 선발인 날 이닝이 끝날 때 더그아웃 앞에는 항상 같은 풍경이 나왔다. 투구를 마친 니퍼트는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 한 명 한 명에게 박수를 보내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수비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중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기도 하며 맏형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니퍼트는 자신을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 베어스의 선수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며 팀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30만달러로 시작했던 연봉은 어느덧 210만 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고공행진의 연봉이 독이 됐다.
올 시즌 니퍼트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승수만 보면 여전한 활약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3.41로 좋았지만, 후반기 13경기에서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4.99로 하락세를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3경기 16⅔이닝 16실점(15자책)으로 좋지 못했다.
여전히 두자릿수 이상의 승리가 보장됐고, '팀 프랜차이즈'와 다름없는 니퍼트이기에 두산은 재계약을 생각했다. 그러나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KBO 규약에는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25일(단, 포스트시즌 경기 중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하며, 계약서에 명기된 것처럼 선수의 해당 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의 제의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두산이 보류명수 명단에 포함하고 니퍼트와의 재계약 추진한다면 최소 157.5만달러를 보장해야한다.
결국 157.5만 달러 이상을 원하는 니퍼트와 그 이하를 제시한 두산 사이에 이견이 생겼고, 둘은 합의 하에 시장에서의 평가를 알아보기로 했다.
잠시로 생각됐던 둘은 결국 이별을 맞이했다. 두산은 지난 10일 세스 후랭코프를 영입한데 이어 11일 롯데와 협상이 결렬된 조쉬 린드블럼과 계약했다. 한국시리즈가 3연패가 불발된 두산으로서는 '새 판 짜기'가 필요했고,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결국 7년 간 니퍼트가 채웠던 두산 외국인 투수 자리에는 두 명의 새 외국인 선수가 채우게 됐다.
니퍼트는 7시즌 동안 94승(43패)을 기록하며 외국인 최다 승리를 보유하고 있다. 6승만 추가하면 KBO리그 최초 외국인 100승까지 볼 수 있다. 한 시즌만 더 뛰면 충분히 달성한 가능한 기록이다. 그러나 니퍼트가 100승을 달성한다면 7년 간 함께했던 두산의 유니폼이 아닌 다소 낯설 수 있는 KBO 어느 한 구단의 유니폼일 수 밖에 없게 됐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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