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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GG] '최고령·최다 수상' 이승엽, 빈손에도 빛나는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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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삼성동, 최익래 기자] 비록 빈손이지만 황금 장갑 없이도 빛난다. KBO리그의 역사이자 전설 이승엽(41)이 비로소 선수라는 직함을 뗐다.

KBO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외야수 세 명 포함 총 열 개 부문 시상이 이뤄졌다. 지명타자 부문의 주인공은 박용택이었다.

지명타자 부문은 몇 가지 이슈가 모였다. 6년 연속 150안타를 때려낸 박용택(LG)이 2013년 이후 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받을 지가 관심이었다. 또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팀 우승을 이끈 나지완(KIA)도 자격이 있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의 행보도 주목받을 만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은퇴를 선언한 뒤 '은퇴 투어 시즌'을 치렀다. 2015시즌 종료 후 2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번복하지 않았다. KBO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였다. 이승엽은 각 구장을 돌며 기념식과 선물 세례를 받았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13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 24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전성기 때의 파괴력은 아니었지만 당장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는 믿겨지기 힘들었다. 몇 년은 더 뛸 수 있어보였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짙었다.

그렇게 시즌이 끝났고, 시상식의 계절이 이어졌다. 경쟁자들의 쟁쟁한 성적 탓에 이승엽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쉽지 않아보였다. 이승엽 본인도 욕심을 버렸다. 이승엽은 지난 11일 스포츠서울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뒤 "아마 이게 내가 받는 마지막 상인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골든글러브가 남지 않았냐'고 묻자 손사래치며 "욕심 정말 없다. 후배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갈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약속을 지켰다. 이승엽은 행사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과거 자신의 수상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더 빛난 이승엽이었다.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박용택이 호명되자 누구보다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박용택이 184표를 기록했지만, 이승엽이 79표로 그 뒤를 따랐다. 나지완도 이승엽보다 한 표 적은 78표였다.

이승엽은 골든글러브의 역사를 살필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이승엽은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뛴 15년 중 10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997년 첫 수상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 수상했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12년에도 황금 장갑을 끼며 역대 최다인 7년 연속, 8시즌 연속 수상 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에도 수상자가 된 그는 2015년, 39세3개월20일의 나이로 황금 장갑을 끼며 최고령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부문 2위는 한대화와 양준혁의 8회. 현역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이날 상을 받은 강민호(삼성)와 최정(SK)이 나란히 5회를 찍었을 뿐이다. 이승엽의 정확히 절반이다. 앞으로 5년간 압도적인 성적을 내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선수 이승엽'은 정말 우리 곁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에 골든글러브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황금 장갑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빛나는 이승엽이기에 아름다운 마침표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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