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 골든글러브 받았다" 양현종, 故이두환에게 남긴 진심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14 14: 34

양현종(29·KIA)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진심을 남겼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지 않는 양현종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양현종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부문 수상자가 됐다. 생애 첫 황금 장갑. 양현종은 올해 31경기에 등판해 193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팀에 8년만의 우승을 안겼다. 양현종은 유효표 357개 중 90.5%인 323표를 받으며 당당히 황금 장갑을 손에 끼웠다.
양현종은 수상 소감으로 "하늘에 있는 친구 (이)두환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고 밝혔다. 오랜 벗인 故이두환을 향한 메시지였다. 양현종은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에서 동갑내기 친구 故이두환을 비롯해 김선빈(KIA), 이상화(kt), 이용찬(두산) 등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두환은 2007년 두산에 지명됐고, 2011년 2차 드래프트로 KIA에 이적했다. 그러나 대퇴골두육종 판정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등 병마와 싸운 끝에 2012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양현종은 그를 잊지 않고 있다. 그의 모자 왼쪽 하단에는 늘 DH가 새겨져있다. 시즌이 거듭되고, KIA의 엠블럼 디자인이 바뀌어도 흰 색 DH 글자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현종은 2013년부터 비시즌 때마다 함께 대표팀에서 뛰었던 친구들과 함께 '故이두환 추모 자선 행사'를 열었다. 2015년에는 결혼식 하루 뒤에 행사가 열렸음에도 서울 행사장을 찾아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양현종은 골든글러브 수상 직후인 13일 밤, 故이두환의 SNS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양현종은 "친구야.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냐. 오늘 따라 더더욱 우리 두뽕이가 보고싶은 날인 것 같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친구야 나 골든글러브 받았다. 네가 옆에 있었으면 또 놀리면서 축하한다고 해줬겠지?"라며 희소식을 전했다. 양현종은 "20일에 너를 기억하는 팬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해.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봐줘. 내 친구, 사랑한다"라며 글을 끝맺었다.
최근 젊은 선수들은 SNS를 이용해 팬과 소통을 즐긴다.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긴 경우도 있지만, 선수로서 하나의 팬 서비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평소 SNS를 즐겨하지 않는다. 당장 페이스북 최근 게시물이 올 2월11일에 올라온 딸 사진이다. 그런 양현종이 간만에 게시글을 남긴 셈이다.
양현종을 비롯해 故이두환을 기억하는 선수들의 행사는 올해도 열린다. 故이두환의 기일 하루 전인 20일, 서울 논현동 '박성광의 풍기물란'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행사를 진행한다.
양현종이 팬들에게 '대투수'로 불리는 건 단순히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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