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신인왕’ 이정후, 여전히 가성비 끝판왕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2.16 05: 56

이처럼 싸게 느껴지는 억대연봉 선수가 또 있을까.
넥센은 지난 13일 신인왕 이정후(19·넥센)와 1억 1천만 원에 2018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시즌 신인으로 받았던 연봉 2700만 원에서 8300만 원이 인상된 금액이었다. 인상률로 따지면 무려 307.4%로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과 넥센 구단 인상률 최고기록이다.
억대연봉에도 불구하고 이정후가 ‘땡잡았다’는 인상은 없다. 오히려 넥센이 이정후를 너무 싸게 잘 잡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이정후가 신인이 아니었다면 넥센이 결코 이 금액에 그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후의 지난 시즌 활약이 워낙 역대급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2017시즌 넥센의 중견수로 144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552타수 179안타 2홈런 111득점 47타점 12도루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했다. 안타와 득점 모두 역대 신인 최다기록이었다. 이정후는 입단과 동시에 넥센의 중견수와 톱타자 자리를 꿰찼다. 시즌 뒤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일본프로야구 투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넥센의 이정후가 아닌 한국의 이정후다.
이정후의 존재감은 2차 기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7시즌 이정후의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3.59로 리그 야수 중 21위를 차지했다. 김재환이 7.49로 가장 높았고, 박건우(7.03), 최정(6.60), 최형우(6.58), 나성범(5.82)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모두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를 정도로 리그정상급 선수들이다.
넥센에서 이정후보다 WAR이 높은 선배는 김하성(4.91, 11위)과 서건창(4.14, 15위) 뿐이었다. 기록상으로 드러난 이정후의 가치는 이대호(3.64, 20위)와 비슷하게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이정후보다 WAR이 떨어지는 선수 중 강민호(3.49)와 민병헌(3.37)은 비시즌 80억 원 FA대박을 터트리며 소속팀을 옮겼다.
물론 WAR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다만 이정후가 리그의 슈퍼스타들과 비교해 적게는 1/93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비슷한 효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이정후가 2018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단연 리그최고의 가성비 끝판왕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이정후는 타율은 3할2푼4리로 높았지만 출루율 3할9푼5리, 장타율 4할1푼7리를 기록해 아쉽다고 밝힌바 있다. 비시즌 이정후는 파워보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릴 계획이다. 이정후는 “현재 웨이트 위주로 훈련을 하며 비시즌 일정을 보내고 있다. 스프링캠프에 대비해 근육량을 늘리고 힘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 시즌은 올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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