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시장 한파’ FA 신청, 하지말걸 그랬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17 06: 33

KBO 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찬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2월 중순에 이른 시점까지 많은 선수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달라지는 기조에 FA 신청에 대한 선수들의 근본적인 시각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FA들은 거의 대부분 계약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12명의 선수들이 계약에 이르지 못한 FA 시장이다. 총액 기준 80억 원 이상의 선수만 네 명(손아섭·황재균·강민호·민병헌)이 탄생한 것에 비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한파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비교적 경력과 실적이 있는 선수들도 크게 고전 중이다. 이렇다 할 협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근우 최준석 이대형 손시헌 채태인 등의 선수들은 예상과는 다른 시장 분위기에 고전하고 있다. 비교적 실적이 있는 이 선수들도 그런데, 나머지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쌀쌀할 수밖에 없다. 구단들은 FA 시장에서도 합리적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확실한 S급 선수가 아니면, 굳이 투자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계약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3년 이상의 계약을 요구하는 반면, 구단들은 1~2년 안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는 계약 기간에 민감하다.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위기의식이 있어 최대한 많은 기간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구단들은 이미 시장에서 해당 선수들의 상품성이 떨어졌음을 확인했다.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선수들이다.
FA 자격을 신청하는 것조차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특급 선수들은 물론, 오랜 기간 헌신한 선수들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FA 자격은 신청하면 무조건 좋다”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일생일대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설사 찬밥 신세를 받아도 계약금의 존재 때문에 일반 연봉협상보다는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몇몇 선수들의 경우 구단이 협상을 사실상 중단한 채 방치 중이다. 또 일부의 선수들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까지 공언했으나 마땅한 수요가 없다. 차라리 FA 자격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구단의 보류선수로 묶여 연봉협상을 하거나, 혹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어쨌든 FA 이적은 보상 규정이 있기 때문에 원 소속팀과의 협상이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앞으로 FA 신청에 대한 경향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수들은 자격 행사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차피 이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계약금을 챙겨주는 시대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시장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는 일반적인 연봉 협상과 다르지 않을 공산이 커진다. FA 시장에서의 선수들 입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