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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150km 파이어 볼러’ 최대성을 다시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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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구 여정을 보노라면 마치 반딧불이를 연상시킨다. 깜빡 깜빡, 어느 순간 어둠을 헤치는 한줄기 빛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건만 부상과 재기의 악순환 속에 이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비록 선택해준 팀은 있었지만 그의 꺼져가던 야구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22일, 2차 드래프트로 두산 베어스로 둥지를 다시 옮긴 최대성(32) 얘기다.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9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던 최대성은 2015년에는 kt 위즈로 트레이드 됐다. 짧지 않은 프로 이력에 두산이 3번째 팀이 됐다. 단순히 몇 번 자리를 옮겼는가 보다 더 이상 만년 유망주로만 머물 수 없는 그의 절박한 처지 때문에 사실상 이번 이적이 선수생명을 건 마지막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그가 이처럼 두산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물론 공 빠르기가 시속 ‘150km’ 가 넘는 이른바 ‘파이어 볼러’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 판에서는 ‘150km’ 가 넘는 강속구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주 희귀한 존재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수두룩한데 우리네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여전히 최대성의 빠른 공은 ‘잠재해 있는 매력’이다.

돌이켜 보면 최대성은 롯데 입단 뒤 이제는 둘 다 고인이 된 최동원(1958~2011년)과 박동희(1968~2007년)의 뒤를 잇는 대형 투수로 그의 이름 뜻 그대로 ‘대성(大成) 예감’을 품게 했던 터였다. 실제로 그는 여러 경기에서 이름에 손색없는 빠른 공을 씽씽 뿌려댔다. ‘미완의 대기’에서 벗어나 그는 ‘대성의 큰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큰 투수의 자질을 엿보였지만, 아주 유감스럽게도 잡히지 않는 ‘제구력’과 기복 심한 투구는 주위를 지치게 하고 끝내 외면하게 만들었다.

최대성은 롯데 시절 “2006년에는 2군에서 160㎞를 던진 적도 있고 1군에서 155㎞도 기록했다”고 은근히 자랑한 적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하는 물음에 직면하면,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다.

최대성은 2004년 부산중, 고를 거쳐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고교시절 최대성은 투수로는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로 포수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최대성은 2016년까지(올해는 1군 등판 기록이 없음) 216게임에 등판 234 1/3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다. 그의 투구 이력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016년과 2017년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2008년 5월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긴 재활의 시간을 거쳐 2012년 3월 4년 만에 부활, 그 해에는 무려 71게임에 등판, 8승8패 1세이브 17홀드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어쨌든 (최대성이) 150㎞를 던지니까 젊은 투수들 위주인 우리 팀으로선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1차 순번으로 잡았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팔 상태를 체크했는데 괜찮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닌 말로 혹시 알겠는가. 컨트롤이 안 잡혀 그렇게 애를 태웠던 김강률이 올해 마무리 전문 투수로 다시 태어났듯이 그라고 김강률 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속마음일 터.

늘 ‘가능성’이 있는 빠른공 투수들은 어느 팀에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 팀에서 아예 감을 못 잡고 있는 홍상삼 같은 선수도 있지만, 다른 팀에 가서 잘 할 수도 있는 것이 그런 투수들이다. 최대성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데려 왔는데, 선수 자신이 결혼도 했으니까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내비쳤다.

김 감독은 최대성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구상을 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입단하는 투수들 가운데 그런 공을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없어 3년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젊은 투수들 위주로 끌고 간다지만, 최대성이 중간에서 던져주면 효과 있지 않을까.”

김 감독은 “공이 빠른 투수들은 폼이나 제구력에서 뭔가 문제점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코치들도 많이 노력 했을 테고. 본인도 답답했겠지만, 이 사람 저 사람이 많은 얘기 했을 것이다. 나도 경험해 봤지만 거기에서 오는 혼동도 있었을 것이다”는 진단을 우선 깔았다.

전망에 대해서는 김 감독도 솔직하게 “어쩔 수 없다. 모험을 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거의 방출 되다시피 한 선수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애써야 할 것이다. 우리 팀에 이강철, 권명철 투수 코치가 있으니까 지켜볼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최대성은 12월 2일 프로골퍼 박시현과 결혼했다. 그는 신혼여행도 뒤로 미루고 다음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2017 곰들의 모임 환담회’에 참석, 나름대로 기자들에게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최대성은 그 자리에서 “(팀)적응은 문제없을 것이다. 팔 상태도 문제없고,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은 했다.

그 동안 안 해 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준비는 열심히 했다는 그는 “그럼에도 부진을 겪었던 것은 선수로서의 멘탈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결혼을 계기로 운동선수인 아내의 조언도 받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이면 최대성은 프로 생활을 15년째를 맞이한다. 비록 실제로 활동한 햇수는 많지 않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감은 있을 것이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그가 옮겨온 팀에서 변화를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마음가짐을 다지느냐에 그의 남은 야구선수 인생이 달려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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