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1987' 장준환 감독 "강동원 첫 등장, 제2의 우산씬 노린 건 아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2.27 17: 40

 (인터뷰①에 이어) ‘1987’은 김윤석, 강동원, 하정우, 김태리 이외에도 박희순, 이희준, 설경구, 김의성, 문성근, 김종수, 고창석, 우현, 오달수, 정인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잊을 수 없는 연기력을 발산하며 극을 압도한다.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감독으로서 작품 속에 그린 캐릭터를 배우들이 잘 구현해주면 좋겠지만, 내심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그런 면에서 김윤석 선배가 ‘탁 치니 억 하고~’라는 장면을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주신 거 같다”고 말했다.
1987년 고 박종철 군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경찰의 물 고문으로 질식사했는데, 치안본부장은 박 군의 사망원인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고 거짓 시인을 하는 바람에 이 문장이 사인으로 언론에 발표된 바 있다. 영화에서도 당시 그 날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장 감독은 “‘탁 치니 억’이라는 대사는 짧은 한마디지만 사실성, 설득력 등 여러 가지 측면으로 봤을 때 가장 강력하게 많은 것을 내포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며 “당시 경찰의 시인이 너무 황당했고 웃을 수 없는 장면인데 촬영을 하면서도 말이 안 돼서 헛웃음이 났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해온 김윤석은 ‘1987’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잘생긴 대학선배 역을 맡은 강동원은 적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는 재미를 높였다. 시위현장에서 최루탄 연기를 피하기 위해 얼굴에 손수건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것을 풀고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영화를 보던 여성 관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강동원의 첫 등장에 환호성이 나왔을 줄은 몰랐다(웃음). 그렇다고 제2의 우산씬을 노린 건 아니었다. 그렇게 임팩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영화에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강동원이 맡은 배역명은 ‘잘생긴 남학생’이었다. 나중에 관객들이 그가 이한열 열사였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충격과 슬픔을 느끼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시종일관 힘을 주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장준환 감독은 1987년 그 때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회상하며 공감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에 수천 장이 넘는 자료를 찾으면서 최대한 리얼하게 고증했다.
하지만 1980년 후반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4만 5000평 가량의 부지에 오픈 세트를 지었다. 연세대 정문부터 시청 광장, 명동 거리, 유네스코 빌딩, 코리아 극장을 진짜처럼 되살렸다. 건물의 사이즈부터 건축 자재 하나까지도 당시에 사용됐던 소재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또 이한열 열사가 신었던 운동화와 연세대 과 티셔츠, 청바지까지 실제처럼 구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한열 기념관에 가서 남겨진 옷가지들을 보면서, 제화협회에 의뢰를 했고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신발끈을 묶는 방식까지 따라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분들은 많이 달리기 때문에 신발이 자주 벗겨졌다. (이한열 열사도)한 번 신으면 풀리지 않게 굉장히 독특하게 묶으셨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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