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무회전킥] 김봉길호 졸전으로 어두워진 한국 축구 미래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1.24 06: 00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리틀 태극전사들이 먹구름을 드리웠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 중국 쿤산 스포츠 센터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서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연장에서만 3골을 내주며 우즈벡에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후반 29분 장윤호(전북)의 퇴장 속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종일관 내용에서 밀린 결과는 참담했다. 21세 이하 선수들로 꾸린 일본을 4-0으로 대파하고 4강에 올라온 우즈벡은 개인 기량과 조직력에서 모두 한국보다 몇 수 위였다. 

김봉길호는 굴욕적인 역사도 썼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해당되는 U-23 대표팀이 처음으로 우즈벡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그간 우즈벡과 8차례 맞대결서 7승 1무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3월 베이징 올림픽 2차예선서 2-0으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본 대회서 2-1로 이긴 경기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김봉길호가 11년 동안 이어져왔던 U-23 대표팀의 우즈벡전 무패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A대표팀 직전의 최종 연령별 대표팀이 대회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건 한국 축구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봉길호는 시작부터 불안한 징조를 보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졸전을 펼치다 2-1로 간신히 역전승했다. 시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서는 빈공 속 0-0 무승부에 그쳤다. 호주와 3차전서도 3-0으로 앞서다 내리 2골을 허용하며 3-2 진땀승을 거뒀다. 말레이시아와 8강전도 가슴을 졸이다 2-1로 신승했다.
김봉길호는 형들과 아우들의 그늘에 가려 골짜기 세대로 평가받았다. 위로는 2016 리우 올림픽에 나선 선배들의 빛에, 아래로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 출전한 후배들의 그늘에 가렸다. 김봉길호의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 신고식을 치렀지만 세간의 평가를 뒤바꾸지 못했다.
월반한 조영욱(서울)과 이상민(울산)은 김봉길호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케이스다. U-20 월드컵 16강 주축 멤버인 둘은 3~4살 형들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해 주전으로 뛰었다. 이들의 기량이 월등한 것도 있었지만 U-23 대표팀의 인재가 부족한 탓도 있었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옛 말이 돼 버렸다. A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러시아, 모로코와 평가전서는 졸전 끝에 완패를 당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의 선전과 EAFF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반전했지만 동생들의 부진으로 한국 축구는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봉길호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8월 인도네시아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이번 대회가 연습 경기였다면 아시안게임은 본 무대다. 와일드 카드 승선이 유력한 손흥민(토트넘) 등을 필두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따가운 시선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OSEN 이균재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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