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불고 있는 ‘스포츠 한류’, 축구에 이어 복싱도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8.02.05 06: 01

그는 지난해 10월 ‘모던포엠’이라는 월간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도 정식 등단했던 이색 경력의 복싱 프로모터다. 그의 이름은 김상범(47),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대표다.
그가 베트남에서 카톡으로 자신의 등단작을 포함해 3편의 시를 보내왔다.
‘봄비가 어깨를 툭 쳤다/ 보리가 익기를 기다리는 어미는/ 저를 기다리는 빠끔한 눈동자/ 여섯의 무게를 이고 이삭을 주웠다./ 어머니의 숨소리가 퍼렇게 들렸다/(……)/사각의 링 바닥에서 얼른 일어서야할 때(……)’

그의 등단작 ‘네모난 기억’의 일부분이다. 유년의 가난과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복싱과 연계시켜 형상화한 시다. 시를 쓰는 김상범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대표는 지난 1월 19일 베트남 호치민시에 커키 버팔로(Cocky Buffalo) 복싱 체육관을 세우고 베트남 프로복싱선수 발굴,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그가 베트남에 복싱 체육관을 낸 것은 장기 침체해 있는 한국 복싱의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베트남과 한국복싱계의 교류를 통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체육관은 지상 4층, 연면적 900㎡ 크기에 특설 링과 웨이트트레이닝 장 등 복서들이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인 최신 시설을 갖추었다.
김상범 커키 버팔로 프로모션 대표는 “베트남 복서의 세계 챔피언 배출을 목표로 프로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체육관을 세우게 됐다”면서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필리핀, 한국 출신의 코치진들이 선수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커키 버팔로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베트남 복서는 3명이지만 김 대표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스카우트, 베트남 최대 프로복싱 산실로 키워나갈 작정이다. 호치민 지역은 한국 교민도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체육관 설립과 개관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의 복싱 교류 등을 통해 침체기에 있는 한국 복싱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상범 대표는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으로 17차 방어에 성공했던 전설적인 복서 출신 유명우(54) YMW 버팔로 프로모션 대표와 손잡고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 복싱 교류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당장은 선수들의 전적을 쌓아 세계랭킹에 진입시키는 게 시급한 일이어서 우선 오는 3월 10일에 서울에서 첫 교류전을 열 계획이다. 그 전단계로 1월 28일 우즈베키스탄에 선수들을 데리고 원정경기를 다녀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와 더불어 필리핀의 복싱영웅 파퀴아오의 협력도 얻어 베트남-한국-필리핀의 삼각 복싱 프로모션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사회주의 나라로 그 동안 프로복싱 선수가 없었다. 19년간 거주해온 베트남에 복싱 체육관을 열게 된 것은 이곳 젊은이들이 유럽축구 도박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프로복싱 챔피언을 배출해 그네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체육관 설립의 배경을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복싱인구가 많지만 여태껏 마땅한 지도자가 없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낙후돼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프랑스와 미국, 중국을 물리친데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고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한국(인)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고 한다. 아직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김 대표는 베트남 프로복서의 육성으로 복싱도 축구에 이어 ‘스포츠 한류’의 한 줄기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한국인 지도자의 노력으로 베트남 선수들은 올림픽 사격과 태권도 종목에서 금, 은메달도 따낸 바 있다.
박항서(59)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 팀이 1월 27일 중국에서 막을 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베트남에 축구 열풍을 몰고 왔다. 이른바 ‘스포츠 한류(韓流)’ 현상이 박항서 감독으로 상징되는 축구에 이어 김상범 대표의 노력으로 복싱도 본격 예열에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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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김상범 커키 버팔로 대표, 파퀴아오, 유명우(왼쪽부터)
사진 아래=커키 버팔로 체육관 내부 광경(제공=김상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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