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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 달려본 ‘넥쏘(NEXO)‘ 자율주행차, 최대 적은 ‘룰을 지키지 않는 인간’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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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기(차)가 있어야 하고, 그런 기기들만 다니는 길(도로)이 있어야 하며, 그 기기를 모는 사람들끼리의 약속(법규)이 지켜져야 하는 게 교통(交通)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개념의 교통이 일대 기로에 서 있다. 반드시 사람이 조작해야만 움직이던 이동수단(자동차)을 사람의 상시 개입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실천 단계에 와 있다. 

차가 인간의 개입없이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은 이제 실도로 주행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결코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인간’이다.

현대자동차가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명운을 가를 주도력 실험을 하고 있다. 현대차가 내달 일반 판매를 시작할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NEXO)‘ 얘기다.

‘넥쏘(NEXO)‘는 결정적인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유해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반의 자동차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운전자의 개입없이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넥쏘(NEXO)‘의 자율주행시스템은 내달 출시에 즈음해 당장은 도로를 달릴 수 없다. ‘교통’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차’와 ‘도로’와 ‘약속’ 중 오직 ‘차’만 준비를 마쳤을 뿐이기 때문이다.

5일, 동계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인근의 메달하우스. 이 곳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방문객을 상대로 넥쏘 자율주행차 체험 이벤트가 펼쳐질 베이스캠프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넥쏘(NEXO)‘ 자율주행차 체험을 먼저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메달하우스를 출발해 약 7km 구간을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넥쏘를 타고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운전석에는 현대차 전문 인력이 앉고, 체험자들은 동승석과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체험 구간은 넥쏘만 다니는 도로가 아니었다. 승용차와 화물차, 버스가 내달렸고 오르막과 내리막, 좌우로 고불거리는 고갯길이 있는 도로였다. 교통 신호를 받아 스스로 좌회전을 해야 하는 삼거리도 코스에 포함 돼 있었다.

넥쏘는 준비 돼 있었다. 전후방 및 측면에 부착 된 11개의 감지장치는 도로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이동 물체를 인지해 모니터에 표시하고 있었다. 체험자가 탑승한 차뿐만 아니라 전-후방에서 달리는 차, 심지어 반대편에서 주행하고 있는 차까지 모조리 인식이 됐다. 앞쪽 174미터까지 감지하는 전방 레이더, 사람의 형체를 인식할 수 있는 전방 카메라와 스테레오 카메라, 전후방에 각각 3개씩 달려 있는 레이저 센서 라이더(LiDAR), 양 측면에 부착 된 카메라와 레이더 등이 차를 중심으로 360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차는 시속 50km까지 알아서 달리고, 알아서 멈추고, 알아서 회전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 자율주행차는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4단계(완전자율주행은 레벨5)까지 혼자서 운행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쏘 자율주행차는 운전석에 있는 전문가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차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도로를 움직이고 있는 상대 차량으로부터 발생 되는 변수가 문제였다.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구간에는 교통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해야 하는 삼거리가 있었다. 넥쏘 자율주행차는 녹색 좌회전 신호를 보고 좌측 깜빡이를 켠 뒤 좌회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넥쏘는 삼거리 한복판에서 주춤주춤했다.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게 빠르게 빠져나가야 했지만 멈칫멈칫 뜸을 들이고 난 뒤에야 좌회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좌측 차선에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던 차가 문제였다. ‘사람이 운전하는’ 이 차는 좌회전 차로에 정지하고는 있었지만 정지선을 살짝 벗어나 있었다. 넥쏘 자율주행차는 정지선을 벗어난 차를 두고 좌회전을 시도할 수도 있는 차로 인식했다. 그래서 곧바로 좌회전을 수행할 수 없었고, 사람이 운전하는 상대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완전히 확신한 후에야 좌회전을 시작했다.

시범차의 운전석에 동승한 현대차 전문가는 “넥쏘 자율주행차는 가장 보수적으로 프로그램 돼 있다. 상대 차량으로부터 위험요소가 감지될 경우 그 요소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현실의 도로가 완전자율 주행으로 갈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차는 사실상 준비가 끝났지만, 도로(정밀 지도)와 약속(교통법규 및 제도)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였다. 평창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는 넥쏘 자율주행차는 GPS로 정밀 지도 정보를 받고, 5G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약속’은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여전히 ‘감시자’가 필요했다.

이날 넥쏘는 자율주행 체험과 함께 장거리 주행 테스트의 시험대에도 올라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평창 메달하우스까지 약 210km의 거리를 운전자 3명이 교대로 운전하는 시승을 겸하고 있었다.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가 절대부족인 상태이지만 약 5분 가량의 충전으로 최대 609km를 달릴 수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넥쏘였다. 한번 충전하면 6.33kg의 수소를 채울 수 있었고, 제원상 연비는 수소 1kg으로 96.2km를 달린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제2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를 거쳐 평창에 이르는 210km 구간에서 얻은 평균 연비는 68.8km/kg이었다. 이 연비대로라면 항속거리는 산술적으로 약 435km가 나온다.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적게 나온 이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운전자 3인의 운전습관이 모두 달랐고, 각 운전자마다 고속 주행 테스트가 있었으며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이 배터리가 제성능을 발휘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충전으로 400km가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면,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친환경차보다 실효성이 높은 편이다.

주행성능은 내연기관의 역동성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운전 습관을 다시 길들여야 할 정도라고 할까?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대책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뒷좌석 하단에 3개의 수소 탱크가 자리잡고 있는 탓에 정밀한 서스펜션 세팅이 어려웠는지는 모르지만 뒷좌석에 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차멀미’를 호소했다. 서스펜션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것은 과속 방지턱을 부드럽게 타고 넘지 못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소 연료의 가격은 현 상태에서는 1kg 당 7,000원 가량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전기차가 일반화 되면 이 가격은 정부의 연료 정책에 따라 더 싸질 수도, 더 비싸질 수도 있다. 교과서에는 수소가 물을 전기분해 해 만든다고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에서 프로필렌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 된다. 이처럼 석유화학단지에서 부생 되는 수소 생산량은 울산에서 연간 75만톤, 여수에서 54만톤, 대산에서 34만톤이다. 이 중 울산에서 19만톤, 여수에서 2만톤, 대산에서 19만톤 가량의 여유분이 생기는데 이 여유분 40만톤은 연간 수소전기차 200만 대를 움직일 수 있다.

역사로 확인 되는 모든 선구자들이 그랬듯이 수소전기차 또한 일반화의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불편이 따를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연료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고 친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미래 에너지라는 관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넥쏘가 평창과 평창에 이르는 도로에서 보여준 모습은 수소 에너지 사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크고 굵직한 울림이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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