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키플레이어’ 박정권-김강민, 이승엽의 길 따라갈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2.11 13: 01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SK는 당시 왕조의 색깔이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팀을 떠났거나, 은퇴를 선언했거나, 혹은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당시의 영광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팀 로스터에 남아있다. 박정권(37)과 김강민(36)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최근 부진 속에 팀 내 입지가 좁아지기는 했지만 경험과 기본적인 기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이번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가 곳곳에서 읽힌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면담을 해본 결과 두 선수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두 선수가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성기의 기량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명확한 처방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전지훈련은 겨우 내내 했던 고민을 몸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정 코치도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모습을 설명하며 두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정 코치는 “지난해 이승엽의 배트를 자세히 보면 방망이 손잡이 쪽에 테이핑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승엽과 같은 거포들은 배트를 짧게 쥔 경험이 거의 없다. 때문에 단번에 배트를 짧게 잡는 것이 어색하다. 때문에 테이핑의 도움을 받았다. 이승엽과 같은 대타자 또한 떨어지는 신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셈이다.
정 코치는 “그렇게 하고도 충분히 홈런이나 장타를 칠 수 있다. 이승엽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을 이어가면서 “올해 타선의 키는 최정이나 다른 젊은 선수들이 아니다. 박정권과 김강민이 올해 SK 타선의 키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선수가 제 기량을 찾아 젊은 선수들을 앞에서 이끈다면 팀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세대교체 과정에서의 시행착오가 잡음도 줄어든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까지 행사하는 등 탄탄대로를 밟은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FA 이후 성적이 다소 떨어졌다. 지난해는 사실상 경력 최악의 시기였다고 할 만하다. 박정권은 118경기에서 타율 2할5푼6리, 16홈런, 51타점에 머물렀다. 타점은 2008년 이후 최저치였다. 잔부상이 많았던 김강민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88경기에서 타율 2할1푼9리에 그쳤다. 수비력은 여전했지만, 공격력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구단은 여전한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베테랑 선수들을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하는 구단들도 몇몇 있었지만 SK는 거의 대부분이 이번 플로리다 캠프에 참가했다. 나이와 관계없이 기량으로 평가를 받으라는 의미였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베테랑 선수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베테랑들의 경험과 리더십을 존중하는 쪽에 가깝다.
SK의 내야 및 지명타자 포지션에는 좌타 거포 자원이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외야의 한동민이 떠올랐으나 아직 좌우의 장타 균형이 완벽히 맞는다고는 볼 수 없다. 1루에서 박정권과 최승준이 나란히 분전한다면 이상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외야는 김동엽 정의윤 로맥 한동민 등 거포 자원들이 남부럽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수비 완성도가 떨어진다. 김강민이 센터에서 중심을 잡는다면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적 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두 선수가 여전히 SK에 필요한 이유다.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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