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LIVE] 'FA 불발' 김민성 "맘고생했지만 홀가분…매 미리 맞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13 06: 10

하루 같은 1년을 보내게 됐지만 마음은 편하다. 김민성(30·넥센)은 부담을 덜었다.
김민성은 지난해 이맘때쯤 많은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덕수고를 졸업한 뒤 롯데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에 단 하루가 부족했다. KBO 규약상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규정 타석, 전체 경기수 ⅔ 이상 출전, 1군 등록일 145일 이상 중 하나를 9시즌(대졸 8시즌) 동안 채워야 한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선수로 뛴 김민성은 단 1일이 모자랐다.
그 하루가 선수 탓이 아니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김민성은 2010년 당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전 소속팀 롯데는 7월20일 트레이드 발표 직후 김민성을 1군 말소했다. 보통 트레이드는 KBO가 당일 승인한다. 넥센이 이튿날 등록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현금 트레이드 의혹 때문에 KBO가 이를 하루 미뤘고, 1군 등록도 그만큼 늦춰졌다. 이때 놓친 하루가 김민성의 FA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FA를 1년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십 억이 오가는 시장에서 한 살이라도 젊은 야수의 가치는 폭등하게 마련이다. 김민성은 법원에 KBO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각하와 기각됐다. 결국 하루가 부족해 올 시즌을 마저 뛰고 FA를 신청하게 됐다.
성적에도 영향이 있었다. 김민성은 2016년 141경기서 타율 3할6리, 17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세 기록 모두 데뷔 후 최고였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소동이 겹치며 133경기 출장 타율 2할8푼2리, 15홈런, 78타점에 그쳤다. 3루수임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활약이었지만 2016년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넥센 1차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김민성은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성적이 떨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지금 와서 이렇다저렇다 말하고 싶지 않다. 전적으로 내가 부족했던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민성은 이제 어떤 수를 쓰더라도 올 시즌을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마음을 비우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민성은 "올 시즌 예비 FA가 됐다. 흔히 예비 FA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나? 난 그걸 지난해 느꼈다. 올해는 그저 평범한 시즌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캠프 시작 때부터 시즌 내내 예민하고 부담을 느꼈던 김민성. 그렇기에 올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매릴 미리 맞은 느낌이다. 신분은 예비 FA지만 준비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홀가분하다. 부담을 버렸기에 야구장에서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김민성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는 "사실 지난해 뿐만 아니라 매년 캠프 때는 다소 예민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캠프 기간인데 스스로 쫓겼다"라고 회상했다. 올해는 부담을 버린 만큼 템포도 늦췄다. 그는 "주위 동료들과 비교해보면 컨디션이 아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올릴 생각이다. 감독님도 배려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가한 가을을 보낸 만큼 올 시즌은 다르다는 각오다. "(박)병호 형이 왔고, 에스밀 로저스도 합류했다. 우리 선수들이 우승을 자신있게 얘기하는 건 그만큼 준비가 잘됐기 때문이다. 나 역시 꾸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특별히 수치를 올리지는 않겠다. 그저 해온 만큼 하고 싶다".
본의 아니게 팬들 사이 화두가 됐던 김민성. 그 짐을 털어버린 이상 다시 비상할 준비만 남았다. /ing@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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