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주장 선임, SK에 의미하는 두 가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2.14 06: 04

SK가 2018년 선수단을 이끌 주장으로 이재원(30)을 선임했다.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팀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의미가 있다.
SK는 “2018시즌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주장으로 이재원을 선임했다”고 12일 공식 발표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주장 선임에 있어 선수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고, 코칭스태프에도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면담도 한 끝에 이재원을 낙점했다. 투수조장은 베테랑 불펜 요원인 박정배가 이름을 올렸고, 이재원이 포수라는 점을 감안해 아수조장으로 최정을 뽑았다.
올 시즌을 앞둔 주장 선임은 일찌감치 최정과 이재원의 2파전이었다. 주장은 대개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 맡는다. 그래야 면이 서는 점도 있고, 선수들을 통솔하는 데 유리하다는 게 전체적인 의견이다. 행여 주장이 2군에라도 내려가면 임시 주장을 선임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최정은 자타 공인 팀의 간판이고, 이재원도 팀의 주전 포수다. 그런 문제서 자유롭다. 이제 서른을 넘긴 만큼 더 이상 어린 나이도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자타공인 최고 스타플레이어인 최정이 주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재원보다 한 학번 선배이기도 하다. 또한 이재원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첫 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최정은 앞에 나서는 데 그렇게 익숙한 스타일은 아니다. 최정 스스로도 주장직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원은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대안이었다.
이재원은 “천성이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시절부터 인천고와 청소년대표팀의 리더 몫을 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서글서글한 성격이고 선·후배들을 모두 잘 챙긴다. 하지만 엄격할 때는 엄격하고 선배들에게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는 게 동료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이재원도 팀 내에서 연차가 중간 이상으로 올라온 만큼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여러모로 적합한 주장 선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원의 주장 선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SK의 뚜렷한 세대교체 흐름이다. 최근 SK의 주장은 왕조를 직접 건설한 베테랑 선수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지금은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를 비롯, 박정권 조동화 김강민 등이 주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1981~1982년 생들이다. 하지만 최정은 1987년생, 이재원은 1988년생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 사이의 세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SK였다. 1981~1982년생들의 주장 리더십이 본의 아니게 길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리더십 중심이 공식적으로 최정 이재원 김광현 라인으로 이양된 셈이 됐다. 김광현 또한 투수라는 한계가 있지만 주장감 리더십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베테랑 선수들도 홀가분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주장은 “아내가 가장 싫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다. 도와주는 사람들이야 있지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조동화 박정권 김강민 등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야구에 더 전력투구할 시점이 됐다. 어차피 팀 분위기는 이들이 만든다는 점에서 비중이 축소된 것은 결코 아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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