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롤챔스] 변화 시도하는 KT, 깊어지는 오창종 감독 대행의 고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8.02.14 08: 44

짜임새와 선수 개개인의 기량만 따지고 보면 KT는 '슈퍼 팀'이라는 애칭이 딱 들어맞는 팀이다. 지난해 같은 경우 탁월한 전투 능력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며 상대를 압도하는 KT에게 적수는 SK텔레콤 한 팀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SK텔레콤이라는 벽에 걸리면 심리적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건 KT의 고질병이었다. 체질 개선에 나선 이번 시즌 KT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KT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콩두와 1라운드 4주차 경기서 2-0(16-4 13-3)으로 승리했다. '폰' 허원석과 '마타' 조세형이 공수의 핵심으로 콩두를 흔들면서 시즌 6승째를 견인했다.
경기 내용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만점 짜리 탈수기 운영이었다. 1세트는 첫 퍼스트블러드, 첫 포탑 공략, 첫 바론 사냥까지 그야말로 스노우볼의 교과서였다. 2세트 역시 상대를 압도하면서 35분만에 13-3으로 경기를 정리했다.

경기 속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다른 변화가 있다. 지난 해 KeSPA컵까지 KT는 영리한 정글러 고동빈이 '스멥' 송경호를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전형적인 탑 캐리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정글러가 미드와 봇을 바쁘게 오가면서 전투의 구도를 변화시켰다. 특히 2세트에서 고동빈과 조세형의 지원 속에서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는 화력의 극의를 보여줬다.
KT의 이런 변화는 거슬러 올라가면 SK텔레콤과 접전에서 시작됐다. 전투로 이득을 보면서 스노우볼을 굴리지만 한계가 있었다. 상대방이 버티는 시점이 되면 더 이상로 전투로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전투로 이득을 보고 시작하지 못할 경우는 와르르 무너진다는 점이었다. 지난 달 24일 SK텔레콤과 경기서 2-1로 이겼지만 SK텔레콤전 2세트와 지난 7일 킹존전 0-2 패배는 KT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물론 변화의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다. 우선 전체적인 공격지표가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진 건 사실이다. 2017시즌 KT의 평균 KDA는 4.33(평균 2.6킬 2.0데스 6.2 어시스트)이었다. 첫 킬을 가져가는 확률은 60.2%이었다. 특히 첫 번째 포탑 공략율은 72.2%였다.
변화를 주고 나서는 스노우볼의 속도가 확실히 늦어졌다. 지난 11일 콩두전까지 평균 KDA는 4.07(평균 2.0킬 1.8데스 5.2 어시스트)로 살짝 낮아졌다. 롤챔스 평균 KDA가 3.55라는 걸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첫 포탑 공략률이 50,0%라는 점은 KT의 스노우볼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스프링 시즌 초반이지만 풀세트 승부가 많았던 것도 KT의 변화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콩두전이 끝나고 KT 오창종 감독 대행은 "오랜만의 2-0 승리라 기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득실 관리를 못해서 순위 경쟁에서는 밀고 있다. 다음 상대인 KSV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순위상 우리보다 상위권 팀들에게는 모두 패했다. KSV만큼은 꼭 이겨서 순위를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킹존과 경기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는 "상대는 우리가 실수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빠르게 압박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강했다. 결국 조급함이 실수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창종 감독 대행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답변이었다.
물론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도 안 끝난 시점에서 섣부른 평가는 금물이지만 KT의 변화는 주목할만 하다. 당장 눈 앞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 잔치에 서고 싶어하는 간절함을 경기 내용에서 읽을 수 있다. KT의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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