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산증인' 신소정, 日에 대한 끝없는 '도전'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2.15 05: 19

#2007년 여고생 신분으로 창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당시 골리였던 신소정은 무려 29골을 내줬다. 당시 일본은 신소정에게 140개 가량의 슈팅을 시도했다. 경기 시간이 60분인 것을 감안하면 1분당 2개가 넘은 슈팅을 허용했다. 일반적이라면 경기를 포기할 상태. 그런데 신소정을 버텼다. 그 후에도 중국에 20골을 허용했고 카자흐스탄에 14골을 내줬다.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신소정은 역시 골리로 나섰다. 당시 일본에게 0-3으로 패했다. 일본 아이스하키의 메카인 삿포로에서 선전을 펼쳤다. 그리고 신소정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중국을 꺾었다. 승부샷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10년만에 중국을 넘어섰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일본에 1-4(0-2 1-0 0-2)로 패했다. 첫 승 상대라고 분위기도 띄웠다. 그러나 전력상 부족한 것이 냉정한 현실.

하지만 신소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위스-스웨덴에게 0-8로 패한 것이 너무 분했다. 이를 악물고 버티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동료 및 후배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일본전 만큼은 질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소정은 "컨디션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을 상대로 여자 아이스하키는 7번 만나 모두 패했다. 이번 패배로 8전 8패가 됐지만 1골을 추가했다.
또 신소정은 "오늘 경기를 통해 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대회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면서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일본 만날 수도 있다. 즐겁게, 즐기면서 플레이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소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산증인이다. 캐나다로 진학해 미국 무대까지 진출했다.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을 때 여자들은 거의 없었다. 혼자였고 책임감이 컸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아직도 짊어지고 있다. 아이스하키 종목 특성상 골리의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에 신소정이 흔들린다면 다른 선수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소정은 아버지를 생각한다. 비록 돌아가신 아버지를 헬멧에 새기고 올림픽을 뛰고 싶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특정 인물의 사진은 새길 수 없다고 강조해 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소정의 헬맷에는 아버지가 있다. 신소정은 "정말 속상하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헬멧 속에는 담고 있다. 아버지도 지금 모습을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별예선을 마쳤지만 여전히 신소정은 경기를 더 펼쳐야 한다. 또 일본을 만날 수 있다. 신소정은 "일본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도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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