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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없이 추월만...하루 만에 사라진 빙상장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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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국경을 초월한 감동이 일렁이던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한국과 일본의 간판 선수 이상화(29, 스포츠토토)와 고다이라 나오(32)가 나이, 승패를 떠나 함께 부둥켜 안았던 곳이다. 서로 위로하고 존중하던 곳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관중들도 눈물을 흘린 곳이었다.

그런 감동의 여운은 단 하루만에 사라져 버렸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의 '팀'은 없고 '추월'만 있었던 모습 때문이었다. 아예 감동은 사라지고 논란만 커져가고 있다.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로 꾸려진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19일 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준준결승서 3분03초76로 7위를 기록, 탈락했다. 8개팀 중 4개팀만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니시 라인 통과 모습과 그 이후 선수들의 자세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스퍼트를 내며 들어왔다. 노선영은 그로부터 4초 정도 늦었다.

팀추월은 첫 선수의 기록은 소용 없다. 3명 중 마지막 선수 기록으로 승부를 가린다. 그래서 서로 엉덩이까지 밀어주며 격려한다. 개인들의 화합이 필수인 팀경기란 뜻이다.

우리 팀추월 대표팀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늦게 들어온 맏언니 노선영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밥 데용 대표팀 코치가 노선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멀찌기서 그저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봤다. 탈락이 확정된 후 퇴장하는 모습도 김보름과 박지우 따로, 노선영 따로였다. 인터뷰도 김보름과 박지우만 응했다.

인터뷰 내용에도 팀은 없었다. 김보름은 믹스트존 인터뷰서 "아쉬움이 있다. 셋의 조합 중 최적의 방법으로 레이스를 했다.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져 격차가 벌어졌다. 초반 기록이 좋았는데 마지막 선수 기록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 선수'라는 지칭과 기록만 부각시킨 인터뷰에는 원망이 섞였다. 

박지우는 "정말 열심히 했다. 1명이 아닌 전체의 실수"라면서도 "(노)선영 언니가 심리적인 일이 있어서 대화를 한 뒤 작전을 바꿨다"면서 "(격차가)이 정도까지 벌어질 줄 몰랐다. 골인하고 같이 없어서 당황했다"고 했다. 뒤가 제일 중요한 팀추월인데 뒤를 보지 않았다.

차민규의 깜짝 은메달로 경기장 잠시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모태범에 이어 8년만에 나온 귀중한 메달이었다. 하지만 팀추월 논란으로 감동은 반감됐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은 감동은 사라지고 아픈 곳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승훈의 남자 5000m 역주로 시작해 노선영의 여자 1500m, 김민석의 남자 1500m, 박승희의 여자 1000m, 이승훈의 남자 10000m, 남자 팀추월,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감동이 연출된 여자 500m까지 줄곧 긍정적인 요소만 보여줬던 경기장이었다.

여러 감동들과 깜짝 메달로 감동과 눈물, 환희만이 가득했던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팀을 추월해버린 개인만 있었던 장면이 하나가 이 모든 것을 치워 버렸다. 무엇보다 아직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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