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설상 최초 銀'이상호, "배추보이, 내 성장과정 담긴 별명"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2.24 16: 38

'배추보이' 이상호(한국체대)가 불모지인 한국 설상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불리한 여건에서도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 올림픽 은메달을 만들어내 감동을 더했다.
이상호는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보다 0.4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에게 돌아갔다.
이상호는 4년 전 소치 대회 이 종목 은메달 리스트인 갈마리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상호는 블루코스서 출발했다. 

이번 대회 블루코스는 레드코스에 비해 좋지 않은 여건이었다. 상대적으로 눈이 많이 녹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이상호는 초반 0.45초 뒤졌지만 중반 이후 따라잡아 0.23초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끝내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은메달에 만족했다.
이상호는 4강에서도 블루코스에서 뛰었다. 하지만 소치 대회 이 종목 동메달, 평행회전 은메달에 빛나는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0.01초 차로 물리치고 결승행의 역사를 쓴 바 있다.
이상호는 대회 8강에서는 2010 밴쿠버 대회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인 벤야민 칼(오스트리아)보다 0.94초 빨리 들어오며 4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실력파인 이상호는 3월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상호는 강원도 사북초 1학년 때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이상호의 숨은 재능을 발견한 이가 장태열 스키협회 스노보드 위원이고 아버지 이차원 씨는 옆에서 개인 코치 역할을 해왔다.
이상호는 경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나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고 간단하게 소감을 밝혔다.
특히 4강부터 불리한 블루코스에 배정됐다. 이상호는 4강 경기에 대해 "레드와 블루코스 차이 있었다. 블루코스가 불리했다. 하지만 코치님께서 '4강만 해도 충분히 잘한 성적이다. 그대로만 타면 누구도 널 이길 수 없다'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셨다. 타던 대로 타서 후회없이 끝내자고 했다. 집중해서 탔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잔 코시르 선수보다 통과 순위가 낮아 블루코스로 가야 한다는 건 예상했다. 그래서 부담은 없었다"면서 "충분히 잘했으니까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련없이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4강은 마지막에 전광판을 보고서야 이긴 줄 알았다. 빅 파이널 표시가 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 경쟁자들은 어땠을까? 이상호는 "사실 월드컵에서 경쟁하던 사이라 특별한 건 없었다. 월드컵 때 그대로 본선에서 붙었다"고 담담해 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에 그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 월드컵에서는 컨디션 조절보다는 훈련량과 장비 최적화를 최우선으로 했다. 시즌에 맞춰 바꾼 장비가 있는데 모두 올림픽에 100% 맞추고 있어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저조했지만 준비한대로 올림픽서 결과가 잘 나와 다행이다"고 말했다.
배추보이라는 별명은 마음에 들까? 그는 "아직 다른 별명을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굉장히 좋은 별명 같다. 놀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떻게 스노보드를 시작해서 어떤 환경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가장 좋은 별명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또 "집이 가깝고 홈이지만 그에 따른 이점을 가지진 못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했다는 점에서 불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호는 '스노보드계 김연아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김연아 선수는 피겨뿐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롤 모델이다. 오늘 내가 후배들에게 어느 정도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기 전 개인코치 역할을 해왔던 아버지와 통화로 마음에 안정을 찾은 이상호는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니 안정이 됐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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