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준비된 존프레스, 왜 알고도 당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2.27 06: 48

한국은 왜 뉴질랜드의 압박수비에 알고도 당했나.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뉴질랜드에게 84-93으로 패했다. 2승 2패의 한국은 A조 상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모든 조건은 한국에게 훨씬 유리했다. 한국은 23일 홍콩을 상대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이동도 없이 홈에서 2연전을 펼쳤다. A매치 기간에 프로농구도 중단됐다. 선수들이 A매치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원정을 온 뉴질랜드는 불리했다. 11시간 넘는 비행을 한 뒤 23일 중국을 상대했다. 여기서 뉴질랜드는 필승카드 존프레스를 들고 나와 중국 1진을 82-73으로 제압했다. 뉴질랜드는 곧바로 한국으로 이동해 2연전을 치렀다. 체력적으로나 전술노출 모든 면에서 한국이 유리한 경기였다.
허재 감독도 뉴질랜드가 중국전에서 들고 나온 수비를 분석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한국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뉴질랜드의 압박수비에 막혀 시간을 많이 소진하거나 턴오버를 범하기 일쑤였다. 후반전 한국이 거센 추격세에도 불구 역전하지 못한 주된 이유였다. 오세근의 파울트러블까지 한 몫을 했다.
경기 후 허재 감독은 “비디오로 뉴질랜드-중국전을 봤다. 프레스가 붙었다. 미들라인에서 4번이나 3번이 센터라인으로 가는 공 잡아주기로 했는데 안됐다. 그 프레스는 위협적인 것보다 상대가 프론트 코트로 넘어갈 때 시간을 소비하는 디펜스였다. 그 부분에서 큰 중요성을 안 뒀는데 오늘 턴오버가 나왔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한국은 승부처였던 존프레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는 3/4코트 존프레스, 하프코트 프레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방법은 두 가지다. 허재 감독의 말처럼 오세근이나 양희종 등이 위로 올라가서 가드의 공을 받아주는 연계플레이를 해야 한다.
또 하나는 공을 잡은 가드가 스피드와 개인기로 뉴질랜드 존을 한 방에 뚫고 나가는 것이다. 유감이지만 대표팀에서 존프레스를 깰 수 있는 피지컬과 개인기를 갖춘 가드가 보이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해서 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뉴질랜드 폴 헤나레 감독은 “뉴질랜드는 압박을 잘하고 즐기는 팀이다. 그런 수비를 준비했다. 중국원정에서 경기 내내 꾸준히 수비했다. 오늘도 후반전 경기력이 더 좋았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타이 웹스터가 많이 못 뛰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웠다”고 수비를 칭찬했다.
뉴질랜드는 안방 웰링턴에서 한국에게 패한 뒤 이를 갈고 나왔다. 철저히 한국의 패턴을 분석했고, 존프레스라는 비장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반면 한국은 라틀리프가 가세했지만 전술적으로 준비가 미흡했다. 라틀리프 가세로 오히려 선수들이 그에게 의존하는 부작용까지 속출했다. 허 감독에게 전술적인 유연성과 대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상대의 거친 수비를 깰 수 있는 신체조건 좋은 선수들을 보강하는 문제도 고려할 때가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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