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의 명과 암’ 골밑득점 늘고 외곽슛 죽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2.27 06: 48

국가대표팀도 삼성이 보여준 한계와 다르지 않았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뉴질랜드에게 84-93으로 패했다. 2승 2패의 한국은 A조 상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라틀리프 가세의 명과 암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한국은 라틀리프의 가세로 골밑에서 일대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공격옵션을 확보했다. 라틀리프는 뉴질랜드 장신센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포스트업과 훅슛을 무기로 득점했다. 라틀리프는 29점, 11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공수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라틀리프에게 지나치게 공격루트가 집중돼 한국의 패턴이 단순화된 점은 문제였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던진 2점슛 57개 중 50.9%인 29개를 혼자서 던졌다. 라틀리프가 정상적인 일대일로 넣은 득점은 괜찮다.
동료들이 지나치게 라틀리프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연결해준 패스도 많았다. 자신이 충분히 슛을 던질 수 있는 노마크찬스에서도 골밑의 라틀리프에게 패스를 줬다.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을 잡은 라틀리프도 슛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일대일을 하는 동안 외곽에서 공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죽었다는 점이다. 라틀리프도 골밑에서 이중 삼중 수비에 막혀 힘겹게 슛을 던져야 했다. 어렵게 바깥으로 빼준 죽은 패스도 3점슛으로 연결하기는 무리였다. KBL에서 삼성 선수들이 외곽슛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패턴이 국가대표팀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경기 후 폴 헤나레 뉴질랜드 대표팀 감독은 “라틀리프가 피지컬이 좋은 선수다. 포스트에서 수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반대로 포스트에 공이 들어가니 한국 슈터들 움직임이 적어진 것 같다. 웰링턴에서 패한 원인도 한국슈터들의 좋은 움직임 때문이었다”고 한국의 패인을 지적했다.
한국은 18개의 3점슛을 던져 7개를 넣어 성공률 38.9%를 기록했다. 물론 수준급 기록이지만, 뉴질랜드를 패배로 몰고 갔던 1차전과 비교하면 효율이 매우 떨어졌다. 그나마 전준범이 3점슛 4/5를 기록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부진했다.
허재 감독은 “라틀리프가 들어와서 잘 안 됐다기보다 국내 경기에서도 (삼성이) 잘 안 될 때 라틀리프가 포스트업할 때 (국내선수들이) 외곽에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 잘 안 맞았다.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졌다. 국내선수들이 서로 토킹이나 그런 부분이 안됐다. 연습을 맞춰서 나왔는데 미숙했다”고 자평했다.
물론 라틀리프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적절하게 써야지 너무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면 독이 된다. 허 감독은 “라틀리프가 뛰었지만 리바운드에서 많이 졌다. 라틀리프와 오세근의 하이로(high&low) 콤비네이션이나 미들슛은 괜찮았다. 다음에는 라틀리프가 뛸 때 외곽에서 더 많은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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