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미투? 연예계 '두 얼굴'들은 웃고 있지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8.02.28 09: 38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연예기자 생활을 오래 할수록 귀로 듣고도 글로 못쓰는 스타들의 각종 개인사나 추문, 진짜 속내들이 쌓이기 마련이다. 눈으로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기사화에 제약이 많고 법치국가에선 당연한 도리다. 이번 미투운동의 연예계 정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뿐일게다. 성범죄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아직도 가해자 쪽에 버티고 비빌 구석이 많아서다. 사실을 적시한 피해자나 언론이 되레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당하기 일쑤다. 리콜이나 의료 과실 입증처럼, 성범죄 피해 사실을 본인이 입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주장이 주장으로 끝날 경우, 냄비처럼 쉬 끓었던 여론이 금세 식고난 뒤 어느 시점에서 두툼한 법원 서류를 받아야 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전반을 파고드는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피해자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연예계 중견 배우와 감독들도 그 대상이다. 누구는 사과하고 누구는 버티는 중이다. 누구는 마녀사냥의 희생자이고 누구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열 중 서넛은 평소 행실이 들통난 꼴이다. 진짜 소문남들은 등장도 안했는데 그렇다. 피해자가 안 나선다고 태연히 "인생 바르게 살았다"고 위선을 떠는 파렴치범들 있다면. 가증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성희롱부터 성폭력까지, 성관련 사건사고의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수면 아래로 숨는다. 수치심 때문이다. 대개 가해자가 우월한 위치이기에 공포심이 더해지고 해꼬지를 당할까봐 숨 죽인채 살아간다. 언제부터인지 이 나라는 범죄자의 인권을 중요시하지, 피해자의 절단난 삶에는 무심하다. 심지어 잔혹한 살인범조차 친절하게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준다. 사회에 또 나가서 일 치를 때 신원을 감춰줄 생각인가 걱정스럽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폭로에 나선 시점부터 또 다른 시련의 연속이다. 먼저 이를 의심하는 온갖 악플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다정한 치유의 손길만큼이나 많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도 문제다. 최근 연예인과의 성관계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범들이 잇따라 구속된 것도 영향을 끼쳤을 터.
그렇다고 성범죄 피해자들이 겁을 내 고발을 꺼린다면 모처럼 달아오른 지금의 미투운동 분위기가 쉬 사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이다. 단순히 성문제뿐 아니고 연예계 속 곪은 상처들을 도려낼 좋은 기회는 영영 사라질테니까. 물론 악질적인 가해자가 집요한 괴롭힘과 협박에 나설 경우 피해자가 겪을 공포심은 상상불가다. 걸핏하면 변호사 입을 빌어 떠드는 무고죄와 명예훼손의 부담감도 엄청나다. 
약자인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는 물론이고 제작 스태프들을 종처럼 부리는 스타 권력자가 성인군자인냥 행세하는 것도 일종의 성폭력이다. 그렇다보니 대중에 알려지는 이미지와 가면 속 참얼굴이 다른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흑과 백의 전말이 뒤바뀌는 경우도 수두룩하지 않을까 싶다. 힘없고 배경없으니 노예마냥 당하고도 합의서 하나에 입을 닫고 사는 약자들이 존재한다면 가장 안타까운 사례일 것이다. 어떻게든 커밍아웃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이후 그들이 당할 고초를 생각하니 펜대를 꺾고 살아야 된다. 이것도 못할 짓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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