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전가드 박찬희, 5분 활용하려고 뽑았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3.01 06: 34

대표팀 주전가드 박찬희는 뉴질랜드전에서 총 5분 25초를 뛰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뉴질랜드에게 84-93으로 패했다. 2승 2패의 한국은 A조 3위로 밀려 2차 예선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
농구에서 베스트5로 나서는 선수는 최정예를 의미한다. 보통 주전으로 꼽힌 선수는 20분 이상 출전시간을 보장받는다. 감독이 구상한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오랜 시간을 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허재 감독은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 라틀리프로 뉴질랜드전 주전라인업을 짰다. 2012년 KGC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인삼신기’ 멤버들에 라틀리프를 더했다. 라틀리프는 귀화 후 가장 많은 34분 37초를 뛰었다. 오세근은 25분 1초였다. 파울트러블이 없었다면 더 뛰었을 것이다. 양희종(18분 26초)과 이정현(19분 55초)은 부상이 나왔지만 어느 정도 보장된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그런데 유독 박찬희만 5분 25초로 짧은 시간을 뛰었다. 주전으로 나온 박찬희는 어시스트 하나만 기록하고 1쿼터 중반 교대됐다. 이후 한 번도 코트를 다시 밟지 못했다. 특별히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박찬희는 다음 날 전자랜드에 복귀해 LG전에서 19분 24초를 뛰었다.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서 최준용을 가드로 쓰는 경우가 많다. 또 새로 뽑은 두경민이 1쿼터 중반 투입된 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허훈도 가드로 뛰면서 자원이 많았다. 이런 상황이 박찬희의 출전시간을 줄게 했다.
하지만 후반전 경기양상은 다소 의아하다. 뉴질랜드는 3/4코트 프레스와 하프코트 프레스를 지속적으로 섞어 쓰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가드가 첫 패스를 받자마자 두 명의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턴오버를 범한 두경민은 공격에서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교체됐다.
이 때 허재 감독의 선택은 박찬희가 아닌 허훈이었다. 허훈은 6분 16초를 뛰었으나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 프레스에 막혀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세근의 파울트러블까지 겹친 한국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쭉쭉 밀렸고 결국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4쿼터 맹추격을 하긴 했지만 이미 승부는 넘어간 뒤였다.
허재 감독은 프레스에 당한 것을 두고 “아쉬운 경기를 했다. 픽앤롤 수비를 연습했는데 잘 안됐다. 상대의 자유투가 성공했을 때 존프레스를 하는 것을 알았다. 선수들이 급하다보니 거기에 못 미쳤다. 턴오버가 나와 점수를 벌릴 수 있을 때 못하고 역전을 당했다”고 시인했다.
박찬희는 현재 대표팀 가드 중 가장 경험이 많다. 또 원래 포인트가드를 보는 선수이기에 시야나 볼핸들링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낫다. 슛이 약한 약점은 있지만, 190cm로 신장이 좋고 압박능력도 뛰어나다. 젊은 선수들이 프레스에 당황했고, 코리 웹스터에게 번번이 뚫리는 상황이라면 박찬희가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카드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박찬희의 투입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중국전도 마찬가지였다. 박찬희는 주전가드로 나왔지만 10분만 소화했다. 승부처에서 허훈이 더 많이 뛰었다. 이날 허훈은 23분 51초를 기록하며 팀에서 가장 많은 16점을 넣었다. 허재 감독은 “3쿼터 공격과 수비가 모두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공격이라도 풀어보자는 생각에 허훈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허훈이 돌격대장 역할로 공격에서라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일견 일리가 있는 용병술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전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뉴질랜드의 프레스를 깨지 못해 와장창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박찬희가 슛이 없어 쓰지 못했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일단 박찬희를 넣어 공격코트로 제대로 넘어오는 것이 우선이었다. 박찬희 대신 넣은 허훈이 앨런 아이버슨이나 스테판 커리처럼 수비수를 다 제치고 터프슛을 넣어준 것도 아니다.
상대 수비를 못 깼지만 우리 수비도 문제였다. 최준용을 탑에 세우는 3-2 드롭존도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뉴질랜드가 전과 달리 한국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드롭존은 상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할 때 기습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상대는 이미 한국이 드롭존을 쓴다는 사실을 다 알고 나온다. 드롭존은 이미 중국전에서 철저하게 깨졌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뉴질랜드전 같은 전술을 또 들고 나와 완패를 당했다.
이스라엘리그 강팀서 주전가드로 뛰는 코리 웹스터는 물론 기량이 출중한 선수다. 하지만 그에게 30점을 허용한 것은 한국수비의 전략실패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에게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뛰어난 수비수가 대인방어로 붙어야 득점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 가드진은 수비와 피지컬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박찬희마저 쓰지 않았으니 참사를 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재 프로농구에서 신체조건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가드는 이대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보여주고 있는 그의 기량이라면 국가대표팀 재승선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략적으로 상대 에이스를 잡아줄 수 있는 가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뉴질랜드전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여기에 발목부상을 당했던 김선형도 28일 4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돌파력이 필요하다면 김선형을 복귀시키면 된다. 
과연 허재 감독이 6월 홍콩 및 중국원정과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가드진에 큰 변화를 줄 것인지 관심사다. 지금으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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