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해체’ 현실로 다가온 여자농구 위기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3.07 06: 35

잔칫날을 앞둔 여자프로농구가 돌연 초상집이 됐다.
구리 KDB생명 농구단은 6일 WKBL에 보낸 공문을 통해 2017-18시즌을 끝으로 여자프로농구단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KDB생명은 7일 KEB하나를 상대로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가 KDB생명 구단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여자프로농구는 2012년 신세계의 해체 후 6년 만에 또 다시 위기가 왔다. 당장 오는 8일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및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개최된다. 정규리그 2위 KB스타즈와 3위 신한은행은 11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축제가 돼야 할 마당에 KDB생명의 해체소식은 여자농구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장 다음시즌부터 WKBL이 5개 구단 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KDB생명이 구단 운영을 포기하더라도 WKBL이 한 시즌 위탁운영을 할 수 있다. 일단 선수들은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KDB생명을 인수할 구단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해체수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존 KDB생명출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은퇴를 할 수밖에 없다.
재정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선 KDB생명 모기업의 상황은 농구단 해체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기에 구단의 내부사정도 좋지 않았다. 연고지 구리시도 구단운영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KDB생명은 2011-12시즌 정규리그 2위를 한 뒤 항상 하위권이었다. 올 시즌도 KDB생명은 4승 30패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21연패로 한 시즌 최다연패 신기록도 넘어선지 오래다. 이렇게 전력이 약한 팀을 인수할 구단이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KDB생명의 해체는 한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5개 팀으로는 여자프로농구의 존립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A 구단 감독은 “우리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5개 구단 체재가 되면 나머지 구단도 연쇄적으로 해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여자프로농구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아마추어 여자농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욱 암울하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된 여고농구선수는 총 157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명문고에도 선수수급이 쉽지 않다. 과거의 명문고 중 이미 많은 농구부가 해체됐다. 지방농구는 더하다. 선수가 없어 3~4명으로 훈련하는 경우도 흔하다. 인구수는 줄고 운동을 시키려는 학부모는 없어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다. 
과연 WKBL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