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장광 "악역 전성기? 색다른 칼라라 불러주는 듯"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8.03.14 09: 44

최근 쉼 없는 행보로 '도대체 언제 쉬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그 어느 때보다 '열일' 중인 장광이 바로 그 주인공. 이에 OSEN은 최근 최고의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장광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눠봤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잘 마무리돼 다행."
장광은 현재 방송 중인 tvN '크로스'와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이하 작신아)에 출연 중이다. 또 최근 종영한 tvN '화유기'에서는 사오정 역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이 외에 KBS2 '추리의 여왕2'와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이하 어바웃 타임)에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E채널 예능 '내딸의 남자들 시즌3'(이하 내딸남) 촬영도 앞두고 있고 말이다. 더욱이 영화에서도 다수의 작품에 등장할 계획이기에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장광 측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출연 작품의 방송 일정이 밀리거나 혹은 다른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분량이 늘어나거나, 그도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카메오 출연이 발생했기 때문. 장광은 이에 대해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시간상 소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작품들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사실 근간에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 많아 혹시라도 욕심을 부리는 이미지를 줄까 봐 걱정했어요.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자면, '화유기'는 방송 일정이 일주일 미뤄지게 돼서 '크로스'와 겹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작신아'의 경우 PD님께서 제게 꼭 그 역할을 맡기고 싶다고 하시면서 여러 명이 나오는 단체신만 12월에 촬영해 놓으면 나머지 분량은 다른 작품과 피해서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12월 당시에는 스케줄이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작신아'도 방송이 1주일 미뤄지게 되면서 촬영이 1월에 진행됐죠. '크로스'도 후반에 예상치 못하게 분량이 늘어나게 됐고요. 또 '추리의 여왕2'도 스케줄 때문에 시즌2 출연을 거절했지만 딱 1신만 나오는 데다 제 촬영 스케줄을 위해 지방 교도소에서 수도권 교도소로 촬영 장소까지 변경해 주셔서 가능했어요. '어바웃 타임'은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서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마무리되면 여유롭게 촬영이 가능할 것 같고요.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시간상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에요. 각 작품들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 눈길을 끄는 것는 장광의 소름돋는 악역 연기다. '크로스'의 경우, 그가 맡은 손영식 역이 주인공 강인규(고경표 분)의 최대 적으로 떠올랐으며, '작신아'에서도 사람들을 홀리는 사이비교주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 앞서 MBC '도둑놈, 도둑님', SBS '피고인', 그리고 데뷔작인 영화 '도가니'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연기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한 바 있는 그이기에 가능했던 활약이다. 
"그동안 다양한 칼라의 악역이 있었겠지만 제 나름대로 분석했던 연기 색깔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돼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보여줬던 악역과는 또 다른 악역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색깔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계속 찾아주시는 것 같고요. 각 작품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때그때 캐치해서 거기에 맞는 악역을 소화하다 보니 악역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제작자나 감독의 만족감이 커지면서 계속 악역 제의가 들어오는 게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봤습니다.(웃음)"
◆"배우와 성우, 두 가지 모두 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장광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우 중 한 사람인 만큼, 연기 활동과 더불어 성우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OSEN과 만난 날도 성우로서 녹음 작업을 막 마치고 돌아온 상태였다. 이에 그에게 어떻게 성우와 배우라는 두 가지 직업을 다 소화할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는 연극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당시엔 연극 배우가 700~800명의 관객 앞에서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공연을 해야 했는데 그만큼 발성이 중요한 시대였죠. 그러다 보니 성우들도 같이 연극을 많이 했는데 제가 그들과 함께 있다 보니 디테일한 발성과 대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갭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런 점을 좀 배워야겠다 싶어 성우 시험을 봤고 그때부터 40년을 하게 됐죠. 제대로 성우의 길을 가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 사이 간간이 연극을 했는데 그때의 노력이 지금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미디어 연기는 지난 2011년 '도가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전에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전부 다 떨어졌죠. 당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는데 제게 딱 맞는 역할이 들어온 거예요. 50대 후반, 선한 얼굴의 악역, 대머리, 연기력은 있지만 안 알려진 인물이라는 4가지 조건에 제가 딱 떨어졌거든요. 제가 크리스천이라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건 정말 하나님이 주신 기회다' 싶었죠. 결국 오디션에 붙었고 감독님께서 '몇 명이 오디션을 본 줄 아느냐'고 물으시면서 '800명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시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뉴스에 제 얼굴이 나오기도 했고, 그때부터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도 제가 성우로서 지난 40년 동안 해온 캐릭터들을 녹음해야 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있고요."
◆"예능? 딸 때문에 '내딸남'에만 출연해."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출연 중인 장광이지만 그를 예능에서 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많은 제의가 들어왔음에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기 때문. 다만 딸이자 개그우먼 겸 MC인 미자(본명 장윤희)와 함께 출연 중인 '내딸남'의 경우, '딸을 시집보내주겠다'는 조건하에 수락하게 됐다고. 현재 국방FM '장용, 미자의 행복한 국군'의 MC로 활약 중인 미자의 활동을 어시스트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제가 예능에 재능이 없어서 제안이 와도 거절하고 있어요. 다만 '내딸남'은 '딸을 시집보내주겠다'는 조건 하에 수락하게 됐죠. 딸이 현재 35세거든요. 저는 조급하지 않은데 아내가 조급해하는 것 같아서요.(웃음) 어쨌든 딸이 '내딸남' 시즌2에서 소개팅에 결국 실패했고 그게 또 반응이 좋아서 저희만 시즌3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어요."
이 외에도 딸에게 "방송 쪽이라는 게 억지로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연치 않는 기회가 올 수 있으니 낙심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건넨 장광. 끝으로 그는 배우로서의 욕심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배우로서 상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도가니' 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지만 받진 못했는데 그때 남자신인상에 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저도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나이도 많고 성우로서는 베테랑이지만 미디어 배우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 '연기 잘하는 배우다'라는 소리를 듣는 게 현재 목표에요." / nahee@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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