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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음색깡패’ 태윤에 대해 알고싶은 1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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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 기자] 2016년에 방송됐던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기억에 남는 OST 한 곡을 고르자면 역시 ‘그 누구보다’일 것이다. 8화 엔딩에 삽입돼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궁금증을 일으켰던 곡. 심보늬(황정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 제수호(류준열)의 마음을 대변한 이 달콤쌉싸름한 음색의 러브송에 많은 이들이 가슴을 적셨다. 그러면서, 잘 만들어진 OST 곡 대개가 그렇듯이, 이 곡을 부른 주인공에 관심이 쏠렸더랬다. 

태윤(33)이었다. 밴드 클럽505(Club505)의 보컬로서 이미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고정팬을 확보했던 태윤은 2015년 2월23일 EP ‘Love Bridge’ 발매를 기점으로 솔로로 전향한 터였다. ‘그 누구보다’ 직전에 발표했던 ‘이름 없는 사람’(2016년 3월2일) 역시 타고난 보컬실력과 음색, 섬세한 믹싱이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태윤은 이후에도 ‘난 늘’(2016년 11월23일), ‘나의 마음’(2017년 12월4일), ‘녹이네’(2018년 2월28일) 등 싱글을 통해 팬들을 만나왔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태윤을 만났다. 클럽505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현 소속사로 돼 있는 스푸트니크는 어떤 회사인지, ‘운빨로맨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그리고 최근작이라 할 ‘나의 마음’과 ‘녹이네’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었는지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태윤과 인터뷰, 스타트. 

= 평소 어떤 뮤지션인가 궁금했는데 만나 반갑다. ‘녹이네’는 ‘그 누구보다’는 물론 ‘이름 없는 사람’만큼이나 매력적이더라. 

“고맙다.”

= 인터뷰는 우선 본인 소개에 이어 클럽505, 그리고 솔로 활동 순으로 연대기적으로 가보자.

“노래하고 연주하고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태윤이다. 공연 없이 음원만 발표해오고 있다. 85년생이며 스무살 때부터 공연에 참여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원래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 지금 직장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맞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에 다니고 있다. 오늘 인터뷰도 회사에 반차를 내고 왔다.”

= 처음 시작한 밴드가 클럽505였나. 

#1. 클럽505는 J(유정식)와 가은, 태윤의 3인조 일렉트로 팝밴드. 프로듀서 J와 남녀보컬 태윤과 가은을 전면에 내세운 보컬 중심의 밴드였다. 처음에는 J와 가은, 2명이 시메트리(Symmetry)라는 듀오 체제로 활동했으나 태윤이 가세한 후 클럽505로 개명했다. 사실 클럽505는 시메트리 결성 이전에 J가 홍대신에서 이끌던 연주팀 이름이었다.  

#2. 클럽505 디스코그래피

= 2008년 7월10일 EP ‘Passion of Paradiso’ : 팀명 시메트리(J, 가은)
= 2010년 4월12일 싱글 ‘I Feel Love Again’ : 태윤 합류
= 2010년 7월26일 싱글 ‘별님이여’ 
= 2011년 8월25일 싱글 ‘괜찮아’
= 2011년 12월19일 싱글 ‘Go! Go!’ 
= 2012년 10월24일 싱글 ‘Time To Lose’ : 클럽505(J, 가은, 태윤)로 개명
= 2012년 12월11일 1집 ‘Club505’ 
= 2013년 9월25일 싱글 ‘Do You Love Me?’
= 2013년 11월5일 싱글 ‘텔레파시’
= 2014년 1월22일 싱글 ‘있잖아’

#3. 태윤 솔로 디스코그래피 

= 2015년 2월23일 EP ‘Love Bridge’ : 틱, 스푸트니크, You, 30, 기억
= 2016년 3월2일 싱글 ‘이름 없는 사람’
= 2016년 6월22일 ‘운빨로맨스’ OST : 그 누구보다
= 2016년 11월23일 싱글 ‘난 늘’
= 2017년 12월4일 싱글 ‘나의 마음’
= 2018년 2월28일 싱글 ‘녹이네’

“클럽505는 2개 팀이 있다. (유)정식 형이 처음 홍대에서 이끌던 애시드 재즈 계열의 클럽505와, 가은과 제가 합류한 3인 밴드 클럽505로 서로 완전히 다른 밴드다. 정식 형과는 처음 클럽505 때에 코러스로 참여한 인연이 있어서 시메트리 때(2010년) 합류하게 된 것이다.”

= 2기 클럽505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솔로로 나선 계기도 궁금하다. 

“클럽505 활동을 꽤 오래 했고, 가은이 결혼하면서 서로 모이기가 힘들어졌다. 지금도 친하게 교류는 하지만 음악을 하다보면 각자 추구하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개인 표현 욕구, 이런 것도 있고. 클럽505 활동 재개? 글쎄, 저는 열린 마음이다.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드라마 ‘운빨로맨스’ OST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예전 클럽505 공연을 할 때 스위트피 김민규가 게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나, 민규인데 연락 가능하니?’라고 문자가 왔다. 당시 김민규가 ‘운빨로맨스’ 음악감독이었는데 특정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다가 저한테 연락이 온 것이다.”

= 현 소속사는 스푸트니크 레코드(Sputnik Records)로 돼 있고, 솔로 데뷔 EP에도 ‘스푸트니크’라는 곡이 실렸다. 구 소련이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좋아하나?

“평소 우주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라는 느낌도 좋았다. 또한 스푸트니크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에너지도 좋았다. 그리고 스푸트니크 레코드는 앨범 유통을 위해선 소속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현재 저 혼자서 모든 걸 한다(웃음).”

= 말 나온 김에 ‘스푸트니크’부터 같이 들어보자. 상당히 비트감이 있고 댄서블한 곡이다. 

“영화 ‘트루먼쇼’를 보면 주인공(짐 캐리)의 삶이 24시간 생중계된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상공에 떠서 나를 내려다 보는 스푸트니크나 짐 캐리를 TV로 보는 ‘트루먼쇼’ 시청자들이나. 그리고 이 곡 후반에 보면 ‘윙윙윙’ 거리는 사운드가 있는데 이는 스푸트니크가 실제로 지구에 보낸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인류가 최초로 우주에서 받은 소리, 재미있지 않나? 전체적으로는 이 곡을 너무 우울하게만 풀어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리듬감 있는 비트로 풀어냈다.”

= 아하, 결국 곡에 나오는 가사 ‘너는 나의 스푸트니크’라는 의미가 언제나 내 위에 있는 존재, 그러면서 별처럼 멀리 떨어져 가질 수 없는 존재라는 중의적 표현임을 비로소 알겠다. 이래서 뮤지션의 이러한 코멘터리가 소중한 것 같다. 2016년 3월에 나온 ‘이름 없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누구보다’와 함께 멜론에서 ‘좋아요’가 가장 많다(웃음).”

= 그런데 이 곡을 들어보면 다른 곡과는 달리 보컬이 좀더 선명하게 들린다. 마이크를 상당히 가까이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어떻게 단박에 제 의도를 알아챘는지 놀랍다. 사실 이 곡 ‘이름 없는 사람’은 믹싱을 3개월 정도 공들여 했다. 밤에 작업하고, 출퇴근할 때 들어보고, 다시 집에서 고치고.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누가 믹싱했냐?’며 칭찬해주셨다. 보컬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좋게 들리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만든 노래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노래다.”

= 음색이 참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좋아해주신다. 저는 결코 잘 부르는 보컬이 아니다.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부분이 바로 제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보컬 연습은 많이 했나. 

“많이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스티비 원더를 좋아해 친구 아버지가 하는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거의 매일 노래를 불렀다. 그때만 해도 제가 음악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력은 늘더라. 그 때 함께 노래 부르던 친구 중 한 명은 나중에 일본에서 코드브이 멤버로 활동하며 오리콘 차트에도 진입하고 그랬다.”

= ‘난 늘’ 처음에 들리는 이 악기는 트럼펫인가?

“색소폰이다. 지금까지 제가 낸 싱글 중에서 유일하게 직접 연주하지 않은 악기다. 이 곡은 원래 일렉트릭 피아노와 보컬만 있었던 곡인데,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님이 ‘지원해줄테니 더 잘 만들어볼 생각없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준백이라는 편곡자한테 부탁해서 웰메이드한 버전이 됐다. 곡 자체는 오사카에 있는 햅파이브라는 관람차를 타고 바라본 멋진 야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 러브송이다.”

= ‘나의 마음’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흐릿해질 때면’이라는 가사부터가 가슴을 먹먹케 한다. ‘흐릿해진다’, 무슨 뜻인가. 

“사랑한다는 감정이 약해지고 없어진다, 그런 뜻이다. 제 곡에는 시그니처처럼 신스 솔로가 들어가는데 이 곡에는 신스 브라스를 넣었다. 처음 이 곡은 신디사이저 솔로 파트밖에 없었다. 나중에 멜로디와 가사를 입혔다.”

= ‘녹이네’는 역시 초콜릿 음색이 독보적이다. 그런데 보도자료에 보면 이 곡을 ‘음악주정’이라고 설명했다. 

#. ‘녹이네’ 가사 = 길을 나서다 차가운 공기 들이마시면 정신이 들다 다시 취기가 오르네 때론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기억하고 싶어 마시지 않네 이런 맨정신으론 가끔 버거워 기억을 녹이네  Hey Everybody 막이 내리면 슬픔의 춤 추자 Hey Everybody 너라고 다를까 우리 모두가 비슷하지 슬픔의 춤을

“술에 대한 이야기로 곡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자기 전에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술 마시고 마치 철학자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그냥 음악으로 주정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곡 후반부에는 아르페지에이터를 써서 마치 술마신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해봤다.”

= 아르페지에이터(arpeggiator) 설명을 더 부탁드린다. 

“신디사이저 비슷한 것인데, 예를 들어 ‘도미솔’을 누르고 특정한 나의 값을 입력하면 랜덤하게 플레이된다. 화음 패턴을 자동으로 기억해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 이 부분, ‘따라따라’처럼 들리는 부분이 아르페이에이터가 내는 사운드다.”

= 앨범 재킷 얘기도 안할 수가 없다. ‘나의 마음’과 ‘녹이네’(위 사진) 모두 창 안에서 창 밖 풍경을 보는 사진이다. 

“‘나의 마음’ 재킷 사진은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에 있는 에스토릴이라는 도시에서 찍은 것이다. 지난해 신혼여행 갔을 때 찍었다. ‘녹이네’ 역시 신혼여행 때 프랑스 파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창문이라는 게 안을 보호해주는 보호막이면서도 밖의 풍경을 제공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음악을 만들어 공개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창을 통해 (뮤지션과 팬들이) 서로 맞닿게 된다.”

= 끝으로 올해 계획이나 추구하는 음악, 이런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올해부터는 싱글을 많이 발표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작업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뮤지션과 많이 교류하고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현재 계획으로는 6월3일과 10월14일에 신곡이 나올 것 같다. 일(직장) 말고는 모든 여력을 음악 만드는데 쏟고 있다. 제 음악은 자극적인 게 없어서 한번 듣는 것보다는 여러번 들으면 좋은 그런 음악이다.”

= 역주행 후보를  꼽자면?

“하하. 굳이 꼽자면...’이름 없는 사람’?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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