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액땜', 김현수 '안도', 류중일 '한숨'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3.14 09: 00

 LG 유격수 백승현은 시범경기 첫 경기 출장이 무산됐다. 작은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김현수는 안절부절 하다가 안도했고, 류중일 감독은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2일 잠실구장, LG 선수단은 시범경기 부산 원정을 앞두고 오전 훈련을 실시했다. 타자들이 배팅볼을 치는 동안 내야 그라운에서는 유격수-2루수가 펑고 훈련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팅 케이지 안의 김현수가 '앗' 소리를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2루 베이스 근처에서 '퍽' 소리가 났다.
김현수가 때린 타구에 수비 훈련을 하고 있던 백승현이 맞은 것이다. 백승현이 떨어뜨린 공을 줍느라 타구 방향을 보지 못했고 날아오는 타구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백승현은 쓰러졌고, 훈련은 잠시 중단됐다. 김현수의 얼굴에는 당혹한 표정이 가득했고, 어쩔 줄 몰랐다. 자신의 타구에 맞아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 백승현은 조금 있다가 일어나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트레이너에 따르면, 왼발 스파이크의 안쪽을 맞아 큰 부상은 모면했다. 김현수는 그제서야 걱정스럽고 불안해하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류중일 감독은 백승현을 계속 주시하면서 "롯데와의 시범경기 첫 경기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시킬 생각인데 다치면 어떡하냐. 잘 좀 쳐다 보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아파도 출장해야 할 때가 있다. 주전 경쟁을 하는 처지라면 참고 뛰어야 한다. 아프다고 빠지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
류 감독은 "예전에 백인천 감독이 일화를 얘기하더라. 백 감독이 일본에서 뛸 때 한 포수가 왼손 손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참고 계속 공을 받고 출장해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라. 조금 과장됐을 수도 있지만 아파도 참고 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백승현은 덕아웃에서 스파이크를 벗고 공에 맞은 부위를 살폈다. 옆에 있던 이병규 코치의 말과 행동이 재미있었다. 이 코치는 백승현에게 다가가 "아프냐, 괜찮냐"라고 묻더니 "안 아프면 나가서 다시 수비해라"고 채근했다. 백승현이 "아프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비 훈련은 끝났습니다"고 답하자, 이 코치는 "그럼 방망이 들고 나와서 쳐라. 빨리 빨리 움직여라. 아파도 참고 해라"고 말했다. 마치 류중일 감독의 마음 속을 들여다본 듯 백승현이 계속 훈련을 하도록 이끌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유격수 오지환이 아직 시범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캠프에서 백승현은 장준원과 유격수 경쟁을 해 왔다. 류 감독은 13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유격수로 백승현이 아닌 장준원을 선발로 출장시켰다. 단순 타박상이지만 조심하기 위해 원래 계획을 바꿨다.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장준원은 이날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수비에서는 매끄러운 땅볼 수비와 깔끔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액땜을 한 백승현이 14일 경기에는 출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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