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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떠난 정범모의 새출발, 따뜻한 격려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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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완벽한 포수가 되고 싶어요". 

지난 2012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정범모(31·한화)는 꿈 많은 청년이었다. 당시 팔꿈치 재활을 끝내고 4년 만에 1군 캠프에 참가한 정범모는 미래의 한화 안방마님을 꿈꿨다. "그런 욕심 없으면 남자도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패기가 넘친 선수였다. 

청주기계공고 시절 미네소타 트윈스의 관심을 받을 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였지만 정범모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 2006년 2차 3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지만 초반에는 팔꿈치 수술 등을 받으며 고생했다. 2012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포수로서 안정감이 떨어졌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원성을 샀다. 좋은 체격조건에 비해 세밀함이 떨어졌다. 큰 기대는 큰 실망으로 돌아왔고, 정범모의 가슴에도 비수처럼 꽂혔다. 팬들의 호된 질책과 꾸지람에 어느 순간 패기 넘치던 정범모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비난에 움츠러들어 위축된 모습만 있었다. "욕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범모의 하소연도 어느 순간 "다 내가 못해서 그렇다"는 자책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투수들에게 공을 되돌려주는 것도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투수에게 공 못 던지는 포수는 처음 본다"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심리 치료까지 받으며 달라지기 위해 몸부림쳤다. 한화 사람들은 그런 정범모가 참 안타까웠다. 심성이 정말 착하고, 누구보다 성실함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정범모와 오랜 기간 함께 뛰었던 한화의 한 선배 선수는 "저렇게 성실한 선수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너무 안 풀린다. 착해 빠져서 그렇다"며 "차라리 다른 팀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환경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지난 20일 NC 투수 윤호솔과 트레이드되며 한화를 떠났다. 

13년 몸담은 한화를 떠나던 날, 정범모는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놓았다. "정든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 팬들께서 기대와 관심을 많이 가져줬는데 내가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만남에서도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트레이드에 대한 서운함보다 죄송함이 훨씬 컸다. 

새로운 팀 NC에서의 각오로도 "팀에 해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정범모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레이드 전까지 정범모의 1군행을 추천했던 강인권 한화 배터리코치는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연습했지만 경기에서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잘하려다 보니 소심해지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자꾸 부딪쳐 봤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한화 유니폼을 벗고 NC에서 새 출발하는 정범모에겐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팬들의 따뜻한 격려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NC에 합류한 첫 날, 정범모는 "첫 경기부터 선발 출장할 수 있어 즐거웠다. 감독, 코치님께서 편하게 해주셔서 더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즐거움이 나왔다. 

최근 첫 아이를 얻은 정범모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패기 넘쳤던 2012년 애리조나 캠프 때처럼, 정범모가 다시 야구를 즐길 날이 오길 바란다. /waw@osen.co.kr

[사진] NC 다이노스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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