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프로야구 통산 3만 호 홈런을 쏴라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8.03.23 10: 10

‘태양이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이병주가 실록대하소설 『산하(山河』에서 묘사한 유명한 문장이다. 이 글을 빌려 말하자면, 한국 프로야구가 3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이아몬드를 가로질러 펜스너머로 사라진, ‘태양에 바래지고 월광에 물든 백구(白球)’가 마침내 3만개에 육박,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1982년부터 2017시즌까지 KBO 리그가 기록한 홈런수는 1만 7820게임에서 2만9301개. 경기당 평균 1.6개꼴로 홈런을 쌓은 셈이다. 이제 역대통산 3만 홈런에 불과 699개만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 기록한 홈런은 720게임에서 1547개로 경기당 평균 2.15개였다. 그같은 흐름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늦어도 상반기 안에 3만 홈런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홈런의 역사는 1982년 3월27일 지금은 사라진 구장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던 삼성 라이온즈-MBC 청룡의 공식 개막전에서 삼성의 이만수가 MBC 유종겸으로부터 뺏어낸 솔로홈런으로부터 비롯됐다. 그 이후 18년 뒤인 1999년 5월 9일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가 사직구장 해태 타이거즈전에서 통산 1만 호(상대 투수 최상덕)를, 그 10년 뒤인 2009년 7월 16일에 한화 이글스 연경흠이 사직구장 롯데전에서 2만 호 홈런(상대 투수 이정훈)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1만, 2만호 홈런 기록이 모두 사직구장에서 나왔다.
KBO 리그 홈런 누적의 역사는 ‘루 공과’ 로 기록을 허공에 날려버린 일로 인해 실제로는 두 개가 줄어들었다. 호세가 1만호 홈런을 기록 하기 전인 1999년 4월21일 청주구장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한화 송지만이 6회 말 2점홈런을 날리고도 홈베이스를 밟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바람에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김성근 감독의 어필로 기록이 취소됐다. 그 게 KBO리그 첫 ‘본루 공과’로 인한 홈런기록 취소 소동이었다. 만약 그 기록이 살아있었다면 1만호 홈런 이정표는 통산 9999호 홈런을 기록했던 양준혁(당시 해태)이 세울뻔했다.
홈런을 치고도 홈 베이스를 밟지 않은 ‘본루 공과’ 는 2003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알칸트라도 기록했다. 알칸트라는 그해 8월 7일 문학구장 SK 와이번스전 7회초 2사 3루에서 SK 조웅천을 상대로 2점홈런을 때려냈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드는 홈런 세리머니를 하다가 그만 깜빡, 홈베이스를 밟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장면을 눈여겨보았던 SK 박경완 포수가 문승훈 주심에게 어필, 알칸트라의 홈런은 물거품이 됐다.
KBO는 1만 호, 2만 호 홈런 기록을 앞두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실시했다. 1만 호 홈런 때는 기록 당사자인 호세에게는 골든배트와 3냥쭝짜리 골든볼을 주었고, 홈런 공을 잡은 관중에게는 1냥쭝짜리 골든볼과 1999년 잔여경기 입장권을 선물로 줬다. 그 1 홈런 공은 현재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지하 1층에 있는 아카이브 센터에 보관돼 있다.
2만 호 홈런 때는 선수에게는 골든배트를 주었고, 관중에게는 42인치짜리 삼성 LCD TV 1대와 제주도 왕복항공권 1장, 제주도 라마다호텔 2박 숙박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공을 낚아챈 관중이 기증을 거부하는 바람에 선물증정이 무산됐다. 대신 1만9999호와 2만1호 홈런 공을 잡은 관중에게는 디지털카메라 1대씩을 선물로 줬다.
KBO는 아직 3만 호 홈런 기념행사를 확정짓지는 않았으나 1만 호나 2만 호 때와 비슷한 수준의 기념품을 선수와 관중에게 줄 계획이다.
참고 삼아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29일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 마레로가 지바롯데 마린스전에서 자신의 시즌 19호 홈런을 일본프로야구 통산 10만 호 홈런으로 장식한 바 있다. 일본프로야구판에서 10만 호 홈런은 1936년 5월 4일 오사카 타이거스(현 한신 타이거스)의 후지이 외야수가 도쿄 세네터즈전에서 1호를 기록한 이래 82년이 걸려 나왔다.
3만호 홈런 이정표가 올해 야구팬들이 KBO리그에서 누리게될 즐거움에 덤으로 얹히게 됐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KBO 아카이브 센터에 보관 중인 펠릭스 호세의 1만 호 홈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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