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꽂힌 로저스 부메랑, 비하인드 스토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3.25 06: 22

결국 로저스 부메랑이 한화에 꽂혔다. 
한화가 에스밀 로저스(3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넥센에 3-6으로 패했다. 넥센 선발 로저스가 6⅔이닝 9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2자책) 역투로 '친정팀' 한화 타선을 봉쇄하며 KBO리그 복귀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넥센 로저스는 한화 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최고 구속 150km로 여전히 빠른 공을 뿌렸다. 1~2회 1점씩, 2점을 먼저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강속구가 공략 당하자 커브·슬라이더로 완급 조절하며 패턴 변화를 줬다. 7회 2사 이후에야 첫 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제구도 안정돼 있었다. 

로저스는 지난 2015년 8월 대체 선수로 한화와 계약하며 KBO리그와 첫 인연을 맺었다. 데뷔 2경기 연속 완투승으로 강력함을 뽐내며 한화의 가을야구 싸움을 이끌었다. 시즌 후 총액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일본 팀들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모친을 비롯해 가족들의 한국 생활을 극진히 챙긴 한화 구단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러나 2016년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팔꿈치에 이상을 느낀 로저스는 결국 6월말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됐다.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수술이 불가피했다. 이때 한화를 떠나면서 로저스는 "다시 한화로 돌아오고 싶다. 내년에 다시 보자"고 재회를 약속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로저스는 실제로 한화에 컴백 희망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빠른 재활 속도를 보였고, 2017년 외인투수 영입에 애를 먹던 한화에 먼저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몸값을 대폭 낮춰서라도 한화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것이 지난해 2월 캠프 기간이었다. 당시 한화도 로저스 재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부상 회복이 관건이지만 로저스만큼 검증된 선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시즌 초반 재활 기간 공백만 나머지 투수들로 버틴 뒤 건강한 로저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대폭 낮춘 몸값은 덤이었다. 
그러나 한화의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 코칭스태프에서 로저스를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개성이 강한 로저스는 돌출행동으로 분위기를 저해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로저스의 재활을 기다리기엔 투수진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결국 로저스 영입을 포기한 뒤 2월말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 
그렇게 한화와 인연이 끝나버린 로저스는 오히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재활에 집중했다. 지난해 8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마이너 계약을 한 뒤 트리플A에서 건재를 알렸다. KBO리그 팀들이 하나둘씩 로저스에게 접근하며 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넥센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화에서 로저스 영입을 이끈 허승필 스카우트가 넥센으로 옮긴 인연도 작용했다. 
넥센과 150만 달러에 계약하며 KBO리그로 돌아온 로저스는 2018시즌 개막전에서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괴물 투수의 복귀를 알렸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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