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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블랙신드롬, 32년간 지켜온 메탈밴드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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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 기자] 블랙신드롬(Black Syndrome)이 17년만에 정규앨범 ‘Episode’를 냈다. 지난 1986년 결성, 88년에 데뷔앨범 ‘Fatal Attraction’을 낸 이후 통산 10집이다. 시나위 부활 백두산 H2O 블랙홀 등과 함께 한국 메탈음악의 서막을 연 이들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현재 멤버는 김재만(기타. 55), 박영철(보컬. 53), 최영길(베이스. 48. 사진 왼쪽부터), 히데키 모리우치(드럼) 등 4명. 김재만과 박영철은 오리지널 멤버이고, 최영길과 일본인 히데키 모리우치는 2002년에 합류했다. 우선 블랙 신드롬의 디스코그래피와 멤버 변화를 정리해봤다.

1986년 결성 = 박영철(보컬) 이병두(기타) 이성열(베이스) 김욱(드럼)
1988년 1집 Fatal Attraction = 박영철 김재만(기타) 방승현(베이스) 곽상근(드럼)
1990년 2집 Black Syndrome = 박영철 김재만 방승현 홍진규(드럼)
1991년 3집 On The Blue Street = 박영철 김재만 방승현 최용석(드럼)
1992년 4집 Live = 박영철 김재만 방승현 최용석
1993년 5집 사랑한다면 = 박영철 김재만 방승현 홍진규
1996년 6집 Zarathustra = 양원찬(보컬) 김재만 한영진(기타) 남경우(베이스) 전유현(드럼)
1997년 7집 Feel The Rock And Roll = 신대성(보컬) 김재만 이인호(기타) 권태순(베이스) 박인환(드럼)
1999년 8집 Acoustic Dreams = 조성빈(보컬) 김재만 이인호 남경우(베이스) 이동엽(드럼)
2001년 9집 9th Gate = 박영철 김재만 남경우 이동엽  
2003년 ‘Official Bootleg’ = 박영철 김재만 최영길(베이스) 히데키 모리우치(드럼)

= 히데키 모리우치씨는 인터뷰에 못오나. 

(김재만) “비행기가 연착됐다고 좀전에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 밴드 합주 때나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 새 앨범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김재만) “사실 이번 10집이 17년만에 나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30년, 10집, 별 의미 없다. 이번 앨범은 4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준비면서 맞은 (앨범데뷔 기준) 30주년이다.”

(박영철) “저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음악 하는 것을 주위에서 반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버틴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리고 사람이 살다보면 평행이론 비슷한 일이 생기는데, 블랙신드롬 1집이 88년 하계올림픽 때 나왔고, 10집은 올해 동계올림픽 때 나왔다. 굳이 끌어다붙이면 신기하다.”

(최영길) “2002년에 들어와서 처음 베이스 연주를 한 정규 앨범이다. 많이 들어주시고, 많이 사주셨으면 고맙겠다.”

= 최영길씨와 김재만씨는 어떤 모델을 쓰시나. 

(최영길) “토비아스의 5현 베이스를 쓴다. 여러 톤을 만들 수 있는 만능 베이스다.”

(김재만) “저는 국내 브랜드인 스윙기타에서 만든 하드록머신 시그니처 모델을 쓰고 있다. 비슷한 사운드를 내는 깁슨 기타도 쓴다. 페달 드라이브는 안쓰고 앰프에서 나오는 내추럴 부스팅을 주로 쓴다.”

= 23일에는 디지털 음원이 나왔고 다음달에는 CD와 LP도 발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영철) “CD는 이미 예약을 받고 있다. LP는 소량제작이 가능하다고 해서 준비했다. 따지고 보면 블랙신드롬 1, 2집은 LP와 카세트테이프로만 나왔고, 3집부터 CD가 발매됐다. 그런데 지금은 LP를 내려는 것이니 청개구리인 셈이다(웃음).”

(김재만) “4집까지 LP를 냈었다. 다음달 중순에는 캐나다에서 제작한 피처LP도 나온다.”

= 블랙신드롬이 여러번 멤버 교체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재만) “밴드의 보컬과 기타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데뷔해서 1995년까지가 1기, 96년부터 99년까지 박영철이 나갔을 때가 2기, (박영철이 복귀한) 2001년부터가 3기다. 드럼 치는 일본인 친구도, 베이스 하는 (최)영길이도 2002년에 들어왔다. 우리는 드럼에 대한 운이 좋은 팀이다. 현재 김경호 밴드에 있는 최용석도 그렇고, 현재 일본친구까지 드럼이 좋다.”

= 최영길씨는 블랙신드롬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최영길) “2002년에 합류했는데, 그 전부터 블랙신드롬과 연습실이 가까워 잘 알고 지냈다. 원래는 기타를 쳤었는데 블랙신드롬에서 베이스를 부탁해 베이스로 전향했다. 블랙신드롬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는 그룹이다. 현재는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서 음악감독으로도 일하고 있다.”

(김재만) “파트 변화는 외국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 블랙신드롬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박영철) “86년 시나위 앨범이 나왔을 때만 해도 록밴드가 많았다. 좋아하는 외국 밴드랑 비슷하게 이름을 지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블랙사바스에서 영향을 받았다.”

(김재만) “당시 ‘블랙’이 이름에 들어간 밴드가 많았다. 블랙홀도 나왔고. 어쨌든 당시에는 외국 음악이 국내에 쏟아지면서 음악을 하려는 욕구가 많던 시절이었다. 운 좋게 데뷔했다.”

= 연주곡 포함 9곡이 실린 새 앨범 중에서 몇 곡만 함께 들어보자. 우선 첫 곡 ‘Bible Black’은 상당히 젊은 음악처럼 들린다. 

(박영철) “그냥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요즘 애들이 오히려 예전 것을 한다.”

(김재만) “모던한 느낌을 주고 싶어 메인 기타리프를 여러번 바꿨다. 레드 제플린을 떠올리며 만들었지만, 곡의 형태나 코드워크는 모던하게 갔다.”

(박영철) “좋은 곡은 기타 리프에 가사가 쉽게 붙는다. 이 곡이 그랬다. 오래 살다보니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이 있더라. 치부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

(김재만) “연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끌고 갈까 고민이 많았다. 이 곡은 다른 뮤지션 영향이 가장 적고 우리가 해오던 음악에 가장 가까운 곡이다. 그래서 1번으로 내세웠다. 레드 제플린처럼 나온 것 같다.”

= 2번트랙 ‘Memories’는 여성보컬이 눈길을 끈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

(박영철) “이 곡은 박웅노라는 지인이 자기가 써보겠다고 해서 쓴 곡이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내용이다. 젊은 메탈밴드(메스그램)의 여성보컬 김지영이 피처링했다.”

(김재만) “뉴메탈스러운 곡이다. 20대 감각으로 만든 곡이라고 보면 된다. 보컬 피처링은 메스그램의 라이브를 보고 결정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성멤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싫어한다. ‘홍대 여신’ 이런 표현도 싫다. 음악이 먼저지 성별이나 학벌을 먼저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 전 곡이 영어 작사인데.(박영철은 1990년 아르헨티나에서 1년 동안 살았다)

(박영철) “물론 영어로 가사를 쓰는 작업은 어렵다. 하지만 내가 듣던 노래들처럼 만들어야 하니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 우리말로 하면 바운스나 라임이 안맞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사는 일반 말과 달리 가사가 입에 달라붙어야 한다. 또한 메탈밴드라서 메타포가 많은데 이 메타포를 표현하는데도 영어가 유리하다.”

= 3번트랙 ‘Rock Out’은 어떤 곡인가. 브라스 연주가 신선하다. 

(김재만) “킹스턴 루디스카와 친분이 있어 브라스를 썼다.”

(박영철) “‘Rock Out’은 ‘심하게 즐기다’는 뜻이다. 여기서도 메타포가 있는데, 우리가 하는 음악이 록이니까 우리 음악을 심하게 즐겨봐라, 이런 뜻도 있다. 에어로스미스 스타일의 파티송처럼 만들려 했다. 브라스도 넣고, 여성 코러스도 넣고 해서 좋게 나왔다.”

(김재만) “코러스 편곡을 한 친구가 재능이 있다. 밴드 리더이면서 어린이 뮤지컬도 제작하는 의식있는 친구다. 사실 기타에 묻히기는 했지만 잘 들리지 않은 (사운드적) 포인트들이 이 곡에서 큰 역할을 했다. 라이브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곡이다.”

= 그런데 앨범 속지를 보니 멤버들이 길게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을 담았다. ‘프라이드’ 자동차나 ‘잭 다니엘’ 술병 같은 작은 스티커 사진도 흥미롭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영철) “앨범 아트디자인을 담당한 우정훈이 알아서 다 했다. 재킷 사진에 있는 해골은 중국에서 4개 수입한 것이다.”

(김재만) “10년 전에 상업디자인을 하는 친구(우정훈)가 ‘형네 앨범 작업을 해보고싶다’고 연락이 왔다. 10년만에 처음 작업한 셈이다. 10년 동안 이 친구가 우리를 바라본 게 있을 것이다.”

(박영철) “자기가 바라보는 블랙신드롬일 것이다. 혀 내 민 사진도 그 친구 주문이었다.”

(김재만) “나는 술을 좋아해서 ‘잭 다니엘’ 사진을 집어넣은 것 같다. ‘프라이드’는 블랙신드롬 초창기에 라이브를 다닐 때 타고 다니던 차였고.”

= 4번트랙 ‘Why’에서는 보컬 이펙터가 옛날 LP 느낌을 낸다. 

(박영철) “상처를 받은 뮤지션에 관한 이야기다. 저희(뮤지션)의 상처가 여러분(팬, 관객)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뮤지션 자체가 행복하고 매사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남을 위로해줄 수가 없다. 잘난 체만 하게 될 뿐이다.”

= 코멘터리, 감사드린다. 요즘 음악환경은 어떻다고 보는가. 

(김재만) “2001년부터 디지털 음원으로 전향되면서 국내 음악시장이 안좋아졌다. 레코드 회사들도 수입이 없다보니 음악에 투자하려고 안한다. 메탈이 인기음악도 아니고.”

(박영철) “비주류잖아.”

= 올해 계획은.

(김재만) “다음달 중순에 나오는 피처LP에 맞춰 뭔가를 할 것 같다. 그리고 블랙신드롬의 베스트에 신곡 2곡을 넣은 새 열범도 계획 중이다. 또한 (밴드) 열 몇 팀 모아서 싱글 발매도 할 것이다. 악스 공연장에서 메탈 밴드만 참여하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

/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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