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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0 행진’ 박희수가 136㎞로 사는 법

[OSEN=김태우 기자]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18일. 넥센과의 경기를 마친 박희수(35·SK)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희수는 이날 3-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6개의 소나기 안타를 맞은 끝에 3실점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찜찜한 경기였다. 더군다나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의 자리가 확실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SK 불펜은 모든 선수들이 괜찮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무한 경쟁 중이었다. 이날 결과는 개막 엔트리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풀 죽은 박희수에게 의외의 칭찬이 쏟아졌다. 경기 후 덕아웃에서 선수단 미팅을 가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모든 투수들이 박희수의 투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만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을 보고 있었다. 힐만 감독은 “박희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려는 적극적 투구를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투구다. 박희수는 오늘 정말 잘 던졌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실제 이날 박희수는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 최대한 꽉 찬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나 힐만 감독은 그런 자세야말로 현재 SK 불펜에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박희수는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고, 지금도 팀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여전히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며 성과까지 냈다. 시즌 첫 6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아직 실점이 없다.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박희수는 어깨 부상 이후 구속을 잃었다. 부상 전에는 평균 140㎞대 초반이 나왔다. 중심이동이 잘 된 힘 있는 공에, 우타자 바깥쪽에서 살짝 떨어지는 투심패스트볼까지 섞어 리그 최강의 마무리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부상 이후로는 140㎞를 넘는 공이 별로 없다. 올해 박희수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36㎞ 정도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도 안 되는 수치다.

박희수도 한때 구속을 되찾으려 애를 썼다. “130㎞대 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구속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니 피해가는 승부가 많아졌다. 대개 그 결과는 좋지 않곤 했다. 그런 박희수는 올해 생각을 바꿨다. 구속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좀 더 제구에 신경을 쓰고, 공격적인 승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체 밸런스를 조정하며 투심패스트볼의 움직임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135㎞의 공으로도 충분히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여전히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투심의 움직임도 구속이 조금 떨어졌을 뿐, 전성기 당시의 낙폭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바깥쪽을 찌를 수 있는 제구는 여전하다. 그 결과 피안타율은 2할8리로 최상급이다. 시즌 초반에는 볼넷 허용이 조금 많았지만 투구에 자신감을 찾은 뒤로는 볼넷도 줄어들고 있다.

힐만 감독도 박희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구위가 지난해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공 끝이 좋아졌고, 좌타자를 상대로 더 좋아진 모습(피안타율 0.111)이다.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면서 “투심패스트볼의 낙차도 좋아져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중용의 의사를 드러냈다. 박희수가 136㎞의 공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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